웨딩드레스 디자이너 이승진 씨가 20일 스페인 바르셀로나 브라이덜 위크에서 ‘이승진 스포사’ 컬렉션을 선보인 뒤 캣워크에서 인사하고 있다. 유럽 관객들은 “화려하고 정교하며 특별하다”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사진 제공 사진작가 전재호 씨
웨딩드레스 디자이너 이승진 씨(41)는 올해 20주년을 맞은 ‘바르셀로나 브라이덜 위크(Barcelona Bridal Week·BBW)’ 무대에 서는 첫 번째 아시아 디자이너라는 기록을 남겼다. 20일(현지 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그란비아 전시장에서는 ‘이승진 스포사’ 컬렉션 쇼가 펼쳐졌다.
스페인은 가톨릭 전통의 결혼식 문화가 뿌리내리면서 웨딩산업이 발달했다. 스페인의 웨딩 브랜드 ‘로사 클라라’와 ‘프로노비아스’는 ‘웨딩계의 자라(Zara)’라 불릴 정도로 세계 곳곳에 진출해 있다.
그런데 쇼가 열리기 직전, 모델 16명에게 이 씨의 드레스를 입히자 각국의 사진기자들과 다른 디자이너들의 스태프가 몰려들었다. 드레스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던 이들은 저마다 감탄사를 연발했다.
캣워크(패션쇼장의 무대)에 선 모델은 거대한 빛과 다름없었다. 관객석에서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백제시대 장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뒤꽂이에도 탄성이 터져 나왔다. 웨딩업계 관계자는 “인건비가 비싼 유럽에서 수작업으로 비딩 작업을 하기란 쉽지 않고 중국에서 하면 품질이 떨어진다”면서 “손재주가 좋은 한국만이 만들 수 있는 드레스”라고 말했다.
유럽 스타일과 차별화
세밀한 수공 손재주 과시
“화려하고 정교” 주문 쇄도
스페인 웨딩잡지 ‘노비아스’의 디렉터 세바스티안 아카라 씨는 “드레스가 화려하고 정교하며 마법처럼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며 이 씨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해마다 이 쇼에 참가한다는 일본 다가야주식회사의 니시다 에리코(西田繪里子) 씨는 “유럽 드레스는 해마다 비슷해서 좀 싫증이 났었는데 새로운 드레스가 나타나 신선했다”면서 “실루엣이 아름답고 완성도가 높아서 눈길을 끌었다”고 말했다.
쇼가 끝난 뒤 이어진 3일간의 전시에서 이 씨의 부스는 각국의 바이어와 취재진으로 북적였다. 첫 참가여서 다른 유명 브랜드 부스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5평 정도에 불과했지만 활기가 넘쳤다. 레바논의 바이어가 3만 유로(약 4600만 원)대의 드레스 다섯 벌을 구매하기로 계약했고, 이탈리아 바이어는 비용을 모두 부담하겠다면서 이 씨를 이탈리아에 초청했다. 러시아의 바이어는 독점 계약을 하고 싶다고 했다.
바르셀로나=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바르셀로나 브라이덜 위크:
세계에서 손꼽히는 웨딩드레스 패션쇼로 올해 29개의 컬렉션 쇼를 펼쳐보였고, 200개가 넘는 브랜드가 전시에 참가했다. 컬렉션 쇼 무대에 서기 위해서는 BBW 위원회의 심사를 거쳐야 한다. 18∼23일 세계 각국에서 1500여 명의 취재진과 바이어가 BBW에 참가하기 위해 바르셀로나를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