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는 돌’ 없는 전략적 대응 필요
정부는 이 사건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하겠다는 방침이다. 스모킹 건, 즉 결정적인 증거가 없더라도 원하는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는 자신감도 피력했다. 외교력에 대한 자신감이기도 하다. 하지만 자신감에 제동이 걸렸다. 유엔 안보리에서 거부권을 가진 상임이사국이자 북한과 관계가 밀접한 중국 때문이다.
중국은 이달 초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초청해 정상회담을 열어 미묘한 외교적 파장을 일으켰다. 지난 주말 경주에서 열린 한중일 3국 외교장관회의에서도 중국은 희생자와 가족에 애도를 표하는 한편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조사”를 강조하는 종래의 입장에서 한발도 더 나아가지 않아 외교당국자들을 실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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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외교력이 무엇인지 따져보자. 한국의 외교력이 커졌다면 이는 경제력 군사력 기술력 등 총체적 국력과 그것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정을 출발점으로 한다. 넓은 의미의 외교력이다. 그것을 활용하여 다른 나라의 이익에 영향을 미치고 그 나라를 움직이는 힘이 통상적인 의미의 외교력이다. 이 모든 것을 종합해 상대국 외교관을 합리적·규범적·정서적으로 설득하는 능력이 민완 외교관들이 추구하는 좁은 의미의 외교력이다.
국제정치 파장 고려한 포석을
찾아낸 증거가 북한의 소행임을 입증할 수 있는지를 따지는 법정공방과 같은 다툼에서 이기는 것은 작은 외교력이다. 한국의 국제적 입지를 활용하여 유리한 국제여론을 조성하는 것도 작은 외교력이다. 동북아 지역의 국제정치 틀 속에서 우리가 원하는 결과가 관련 국가의 이익과 부합한다고 설득하는 것은 조금 크지만 여전히 작은 외교력이다. 진짜 큰 외교력은 따로 있다.
작은 외교력은 바둑판 귀퉁이 싸움에서 이기는 능력과 같은, 전술적 차원의 일이다. 전체 국면을 읽고 바둑게임을 이기는 능력이 진정한, 전략적 차원의 외교력이다. 뛰어난 기사(棋士)에게는 사석(捨石)이 없다. 사석처럼 보이는 것도 종국에는 결정적인 수가 된다. 외교도 마찬가지다. 온갖 현안을 전략적 차원에서 읽고 대응하여 큰 정치에서 이기도록 활용하는 능력이 진정한 외교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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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것만이라면 성공한다고 해도 실망스럽다. 핵문제, 북한 내부의 민심이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과 권력승계 문제 등 한반도와 한민족의 운명을 좌우할 커다란 현안이 산적해 있다. 천안함 사건과 그에 대한 대처방식이 큰 현안 사이에서 한반도와 동북아 국제정치에 미칠 영향을 감안하고 포석하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 대통령이 자부하는 외교력이 그런 것이기를 바란다.
김태현 중앙대 국가대전략연구소장 국제정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