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사건 이후 서해 NLL 첫 침범… “삐라 뿌리면 개성공단 통행 차단” 위협15일 2차례… 경고사격에 퇴각
북한 경비정이 천안함 침몰사건이 발생한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15일 2차례나 침범해 남하하다 한국 해군의 경고사격을 받고 돌아갔다. 천안함 사건 발생 후 첫 NLL 침범이다.
16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 경비정 1척이 15일 오후 10시 13분경 서해 NLL을 1.4마일(2.5km) 넘어 연평도 서북방 8.5마일(15.8km)까지 남하하다 해군의 경고통신을 받고 30분 만에 북상했다. 이 과정에서 북한 경비정은 우리 해군이 경고통신을 보내자 “귀측 함정이 우리 해역에 침범했으니 즉각 이탈할 것을 경고한다”는 경고통신으로 맞대응했다고 합참이 전했다. 북한이 경비정에서 경고통신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 경비정이 북으로 돌아간 지 47분이 지난 오후 11시 반경 같은 해역에서 또 다른 경비정이 NLL 남측 1.3마일(2.3km)까지 침범했다. 한국 해군은 또다시 경고통신을 했지만 북한 경비정은 계속 남하했고 결국 해군이 2차례 경고사격을 가하자 그때서야 퇴각했다. NLL을 넘어선 지 9분 만이다. 군 관계자는 “천안함 사건 이후 한국군이 얼마나 강도 높은 대응을 하는지 알아보기 위한 것일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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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북한은 16일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 북측단장 명의로 남측 군 당국에 보낸 통지문에서 “남측은 대북심리전 재개가 불러올 파국적 후과에 대하여 전적인 책임을 지게 된다는 것을 명심하여야 한다”며 “남측 인원들의 동·서해지구 북남관리구역 육로통행을 제한 차단하는 이상의 실제적인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南 대북심리전 재개 움직임에 北 ‘육로통행 제한’ 선제 위협
북한은 통지문에서 “남측은 반공화국심리모략행위를 중지하라는 우리 측의 거듭되는 요구에도 불구하고 5월 1일부터 또다시 인간쓰레기들(남한 내 탈북자들을 지칭)을 내몰아 우리 사상과 체제를 헐뜯는 불순한 내용의 삐라들과 소형 라디오, 미화 1달러 지폐, DVD를 대량 살포하도록 조장 묵인하는 행위를 감행하였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북한이 금강산에 이어 개성공단 육로 통행을 차단하는 실력행사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북측은 천안함 침몰사건 이후인 지난달 10일 남측에 통지문을 보내 민간 차원의 대북 전단 발송을 비난하며 “동·서해지구 북남관리구역 통행과 관련한 군사적 보장합의를 그대로 이행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정식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지난달 19, 20일 박임수 북한 국방위원회 정책국장이 개성공단을 시찰하면서 민간의 대북 전단 발송을 강하게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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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번 통지문은 단순한 민간의 대북 전단 발송에 대한 대응 수준을 넘어 천안함 사건에 대한 남한 당국 차원의 대응에 대한 선제 경고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천안함 사건 이후 보수 진영에서는 휴전선 부근에서 확성기 등을 통한 상호 비방과 심리전 중단을 선언한 2004년 6월 4일의 남북 합의를 파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군 당국도 이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자 북한이 개성공단을 볼모로 선제적 위협을 가했다는 것이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