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각사/이종문 지음/376쪽·1만9800원·글항아리상상 속 상서로운 동물의 뿔·麟角
이종문 계명대 한문학과 교수가 ‘인각사 삼국유사의 탄생’(글항아리)을 펴냈다. 다양한 한문 기록을 담은 ‘인각사 관련 자료 집성’과 학계에 보고된 적이 없는 초서체 두루마리 인각사적(麟角事績) 영인본을 책 말미에 첨부한, 예사롭지 않은 답사기다.
경북 군위군 고로면에 자리한 인각사(麟角寺). ‘기린(상상 속 상서로운 동물)의 뿔’이라는 절 이름은 인근 산등성이 모양에서 유래했을 것으로 이 교수는 추측한다. 고려 충렬왕의 국사(國師)였던 일연(1206∼1289)이 말년에 5년 동안 머무르며 삼국유사를 마무리한 곳으로 알려졌지만 오늘날 초라한 모습만큼이나 그 역사에 대해서도 가려진 부분이 많다. 저자는 이미 알려진 한문 자료와 발굴 문화재 등에 직접 발굴한 자료를 직조해 인각사의 역사를 생생하게 되살린다.
광고 로드중
일연의 부도는 원래 인각사에서 1.1km가량 떨어진 둥둥이마을의 산기슭에 있었다. 일연은 어머니를 모시기 위해 첩첩산중의 인각사까지 왔고, 어머니가 죽자 어머니의 묘지가 잘 보이는 반대편 등성이에 자신의 부도를 세우도록 한 것이다. 지금은 일연의 부도가 인각사 경내에 들어와 있다. 이 교수는 부도 이전에 직접 참여한 마을 노인을 찾아 1963년에 부도를 옮겼다는 사실도 밝혔다.
이 교수는 이 밖에도 인각사지에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가득하다고 말했다. “인각사 비는 명필가인 왕희지의 글씨를 집자해 새겼는데 조선시대 탁본 노역에 시달리던 사람들이 비석을 일부러 깨뜨리기도 했죠. 당초 부도가 있던 자리를 명당으로 여긴 유림들이 몇 차례나 부도를 밀어내고 묘지를 쓰기도 했습니다.”
경북 군위군 고로면의 인각사 전경. 이 사찰은 고려 충렬왕의 국사였던 일연(작은 사진)이 말년에 5년 동안 머무르며 ‘삼국유사’의 집필을 마무리한 곳이다. 사진 제공 글항아리
광고 로드중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