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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상징 펠리컨을 구해내라”

입력 | 2010-05-12 03:00:00

美 루이지애나 명물
기름 유출에 생존위기




미국 루이지애나 주를 상징하는 주기(州旗)는 한 번 보면 쉽게 잊히지 않는다. 어미 펠리컨이 둥지에서 새끼 3마리를 돌보는 모습이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 지역에 서식하는 ‘브라운 펠리컨’은 오랫동안 주민의 사랑을 받아온 자랑거리였다. 그러나 미 CBS뉴스는 8일 “지난달 20일 발생한 멕시코 만 원유 유출 사태가 이 루이지애나의 명물을 사라지게 만들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아랫부리에 달린 주머니가 인상적인 펠리컨은 몸길이가 평균 160cm에 이르는 큰 새다. 아메리카대륙 연안에 주로 서식하는 브라운 펠리컨은 8종 가운데 가장 앙증맞은 몸집(평균 120cm)을 갖고 있다. 루이지애나 주의 베로비치 야생동물보호지역은 미국 최대의 브라운 펠리컨 서식지로 손꼽히는 곳. 브라운 펠리컨은 1970년대 무분별한 수렵과 환경오염으로 멸종위기를 맞았다가 주 당국과 환경단체의 노력으로 현재 5만여 마리로 늘어났다.

문제는 새들이 사는 지역이 원유 유출 사고 지점에서 약 16km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는 점이다. 게다가 CNN뉴스에 따르면 7일 전후 바람의 방향이 바뀌며 원유가 빠른 속도로 서식지로 향하고 있다. 펠리컨에게 기름은 여러모로 치명적이다. 주요 먹이인 어패류를 오염시키는 건 물론 기름이 몸에 묻으면 바다 위에 떠다닐 수도 없다. 국립조류학회의 그레그 부처 연구원은 “당장은 살아남는다 해도 깃털에 원유가 스며들면 방한 능력을 잃어 겨울철에 동사할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불안은 이미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미 일간지 마이애미헤럴드에 따르면 10일 미 어류·야생동물보호국(FWS)은 기름에 뒤덮인 브라운 펠리컨 2마리를 바다에서 가까스로 구출했다. FWS의 샤론 테일러 대원은 “현재 정확한 피해는 파악하기 어렵지만 상당히 많은 펠리컨이 유출된 원유에 노출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일부 전문가는 하루빨리 펠리컨을 안전한 곳으로 옮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테일러 대원 역시 “비슷한 환경조건을 가진 플로리다 주의 인디언 강 주변이 안성맞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야생동물치료센터의 에리카 밀러 박사는 “펠리컨의 습성이 둥지를 옮기려 하지 않을뿐더러 인위적으로 서식지를 바꾸는 건 더 큰 재앙이 될 수도 있다”며 “지금으로선 피해를 최소화하는 노력 외엔 방법이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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