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리니스트 김지연 씨 BBC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16일 내한공연
바이올리니스트 김지연 씨는“장기적인 계획은 세우지 않는다”고 했다. 이유를 묻자 “살다보면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가장 큰 즐거움을 주기 때문”이라고 했다. 치밀하게 계획해서 만드는 음반에서도 ‘자유로움’의 색채를 짙게 풍기는 그다운 말이었다. 사진 제공 크레디아
―오랜만입니다. 미국 동부가 활동 무대가 아닌가요.
“2년 전 댈러스의 서던메소디스트대 교수로 임용됐어요. 그래도 뉴욕에 아파트가 있고 친구들도 대부분 거기 있어요. 악기를 점검하러도 자주 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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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댈러스에서 교직을 얻기 직전 이혼했지만 그에 대해 꺼리는 기색은 없었다. “결혼 생활 동안 예술가에게 가장 필요한 게 ‘자유’란 점을 느꼈어요. 지금 생활은 만족스러워요. 바꿀 생각? 안 해봤는데요.(웃음)”
―이번 BBC 협연 무대에서는 수석지휘자 이르지 벨로흘라베크와 시벨리우스의 협주곡을 협연합니다. 이 지휘자와 호흡을 맞춰본 적 있나요.
“독일 뉘른베르크에서 모차르트의 협주곡을 협연한 일이 있어요. 독주자를 세심히 배려하는 ‘친절한 이르지 씨’죠. 미국의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이 콘서트에 왔는데, 그때 셋이 찍은 사진을 홈페이지에 올렸어요.” 김 씨의 웹사이트는 1990년대에 ‘연주가 홈페이지의 모범’으로 꼽혔다.
―따뜻한 라틴계 음악을 잘 소화한다는 인상이 있는데, 핀란드인인 시벨리우스의 협주곡도 잘 맞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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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열정’ 얘기를 하다 보니 자랑할 게 있다고 했다. “미국 케이블 HBO에 ‘커브 유어 인수지애즘(Curb your enthusiasm)’이라는 시트콤이 있어요. ‘열정을 자제하라’는 뜻이죠. 여기 지난해 10월 카메오로 출연했어요.” 주인공들이 좋아하는 바이올리니스트 김지연을 우연히 만난 뒤 일어나는 해프닝을 다뤘다. 요즘도 미국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이 시트콤 얘기를 한다고 했다.
10월에는 새 음반도 낸다. 브라질 현대 음악과 민속 음악을 기타 두 대의 반주로 연주한다. 그는 “내 음색하고 잘 맞으면서 누구나 친근하게 들을 수 있는 ‘노래’를 넣었다”고 말했다.
BBC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16일 공연에서 시벨리우스 협주곡 외 브람스 교향곡 4번 등을 연주한다. 5만∼20만 원. 15일 오후 7시에는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 야외무대에서 스메타나 오페라 ‘팔려간 신부’ 발췌곡, 드보르자크 교향곡 9번 ‘신세계에서’, 그리그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한다. 피아니스트 지용 씨가 협연한다. 1만∼8만 원. 1588-0360, 1577-5266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