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초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 KT, SK텔레콤, LG텔레콤의 최고경영자(CEO)가 모임을 갖고 “통신사들이 마케팅 비용을 매출의 20%로 제한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을 때 KT는 부정적이었다. 정부가 간섭할 일이 아니라 시장의 경쟁에 맡겨 달란 것이었다. 결국 보조금으로 대부분 쓰이는 마케팅 비용은 통신사의 압력으로 휴대전화 제조업체가 떠안았다. 시장의 권력 관계를 무시한 탁상행정의 결과였다.
지난해 9월 말에는 통신사의 요금정책 실무자들이 단체로 방통위 브리핑실에서 요금 인하 방안도 발표했다. 당시 방통위는 ‘요금 인하를 유도했다’는 표현을 썼다. 이때도 KT는 일률적 요금 인하 정책에 소극적이었다. 기자 역시 자본주의 국가 중 기업의 마케팅 비용과 제품가격을 정부에서 이 정도까지 통제하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 그래서 KT의 이번 ‘백기 항복’이 못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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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두가 무선인터넷 활성화를 위한 노력이었지만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 정부로선 가시적인 요금 인하가 가장 중요했던 모양이지만 정작 초당 요금제로 소비자들은 1인 평균 월 670원을 아낄 뿐이다. 요금이 내렸는지 체감하기도 힘든 액수지만 KT는 연 1280억 원의 매출이 줄어든다.
KT는 최근 무선 콘텐츠 활성화를 위해 벤처기업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콘텐츠는 대기업보다 벤처기업이 더 창의적으로 잘 만든다는 판단 때문이다. 벤처기업이 원하는 초기 투자비용은 대략 20억 원 수준이다. 1280억 원은 64개의 벤처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금액이다.
김상훈 산업부 sanh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