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파-강북구 등 잇따라 개설학교는 공원, 교사는 숲, 교재는 흙-솔방울-나무선생님 곁 못떠나던 아이들, 3주 지나자 숲학습장 적응자유롭게 뛰고 구르고… 다양한 숲속 생태 체험
3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오금동 오금공원 ‘숲 유치원’에서 1, 2세 반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다. 송파구가 지난달 운영을 시작한 숲 유치원은 별도 수업 프로그램이나 교재 없이 아이들이 자연에서 자유롭게 뛰어놀게 한다. 사진 제공 송파구
교사: 숲
교재: 흙, 솔방울, 나무, 조약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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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숲 유치원, 건강한 실험
지난달 초 처음 숲으로 나왔을 때만 해도 아이들은 선생님 곁을 떠나지 못했다. 실내를 떠나 본 기억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3주 적응훈련 기간에 아이들은 차차 숲을 교실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30분도 힘겨워하던 아이들은 요즘 매일 두 시간씩 자유롭게 구르고 뛰어논다. 오솔길을 따라 들어가면 나오는 100여 평 넓이의 ‘숲 학습장’에는 통나무를 뉘어 만든 긴 의자 4개와 나무 그루터기 6개가 나온다. 숲 교실의 유일한 학습 자재다. 갑작스레 소나기가 쏟아지면 구가 공원 입구에 마련한 통나무집으로 대피한다. 집으로 돌아갈 때면 주머니 속에 솔방울과 꽃잎, 나뭇가지 등이 가득하다.
3일 오전 아이들은 어린이날을 앞두고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에 찰흙을 이용해 자기 사진을 붙이는 시간을 가졌다. 행사를 구경하러 온 이세호 군(1) 어머니 박애화 씨(32·여)는 “첫 아이라 숲으로 놀러 나간다는 말에 조금 걱정도 됐다”며 “22개월 된 아이가 건강하게 걷는 모습을 보니 신기하기도 하고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부러진 나뭇가지로 솔잎 수북한 땅을 파헤치면서 아이들의 뇌는 끊임없이 움직입니다. 스스로 놀이를 개발하고 이에 몰입하면서 창의력과 집중력이 생기는 거죠.” 숲 유치원 운영을 지원하는 ‘나를 만나는 숲’ 소속 장희정 박사는 “덴마크와 독일 등지에서는 20년 전부터 ‘숲 교육 실험’을 계속 해오고 있다”며 “연구 결과 숲 교육을 받은 아이들은 취학 후 상대적으로 인지능력과 적응력이 뛰어난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구는 숲이 아이들 건강과 스트레스 해소 등에 준 영향을 연구하기 위해 아산병원과 협약을 맺고 건강검진 및 진료를 실시할 계획이다.
○ 숲속으로 놀러가자
강북구 번동 오동근린공원에도 최근 숲 교실이 생겼다. 평소 자연을 접하기 힘든 도시 아이들에게 생태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마련된 공간이다. 체험장의 가장 큰 특징은 놀이동산처럼 꾸며졌다는 점이다. 개미놀이동산과 모래 체험장, 다람쥐 터널 등 체험 놀이시설과 개구리 사운드홀, 잠자리 시선 등 과학놀이 시설을 비롯해 여우와 호랑이, 장수풍뎅이, 딱정벌레 등을 모형으로 만들어 놓았다. 야외 자연 수업을 위한 숲 속 교실과 금낭화와 벌개미취, 민들레 등 야생화로 가득한 야생 초화원도 있다. 생태 연못과 실개울, 봄꽃이 만발한 꽃샘길, 삼림욕 공간도 주요 체험 코스다. 코스 곳곳엔 이용자들의 이해를 돕는 안내판과 위치 표지, 수목 설명판이 설치됐고 돌멩이 모양의 방송 스피커에선 음악 및 안내 방송이 흘러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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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