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 전문인력-장비 수도권 쏠림 점점 심해져지역병원 이용률 충북 40%-강원 54%에 불과소득 높은 지방환자일수록 수도권 병원 이용 많아
지방의 암 환자들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병원으로 몰리는 현상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 암 전문의의 3분의 1, 최신 진단 치료장비의 절반이 수도권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대전에 거주하는 박모 씨(61)는 2007년 간암 진단을 받고 서울 서초구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에서 간 종양 절제술을 받았다. 두 달 전 암이 재발한 박 씨는 최신 방사선 치료기기인 토모세러피 치료를 받기 위해 일주일에 5회 대전부터 서울 반포까지 버스로 왕복한다. 박 씨는 “매일 세 시간씩 버스를 타고 다니기가 힘들지만 믿을 만한 의사로부터 최신 장비로 치료받을 수 있어 서울 병원을 택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암 환자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으로 쏠리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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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 전문의·진료과 수도권에 집중
이는 암을 진료하는 인력 및 장비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2008년 암 전문의는 3만2700명. 이 가운데 3분의 1에 달하는 1만1085명이 서울에 있었다. 인천·경기 지역은 6261명이었다. 인구 10만 명당 전문의 수로 환산하면 서울은 108.7명으로 가장 적은 충북 44.9명의 2배가 넘었다.
암을 진료하는 과도 주로 수도권 병원에 개설돼 있었다. 2008년 전국에 임상병리학과를 개설한 병원은 247곳, 서울이 63곳으로 25.2%를 차지했다. 영상의학과를 개설한 병원 825곳 중에 수도권이 157곳(19%), 서울이 151곳(18.3%)이었다. 진단검사의학과와 방사선종양학과를 개설한 병원은 서울이 각각 86곳(19.6%), 27곳(36.5%)이었다.
○ 최신 장비로 치료 받으려면 수도권 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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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기기 역시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선형가속기, 감마나이프 등 방사선 치료기기의 70% 정도가 수도권에 있다. 충북 경남 제주 지역에는 감마나이프가, 강원 충남북 제주 지역엔 코발트치료기가 한 대도 없다.
○ 지역간 의료수준 격차 더 벌어질수도
수도권에 암 진료 인프라가 집중돼 있다 보니 지방 암 환자는 비용을 더 많이 부담해야 한다. 소득이 낮은 지방 환자들은 최신 의료 기술 혜택에서 소외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건강보험료를 기준으로 소득을 20%씩 5개 구간으로 나눠 보니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거주 지역의 의료기관 이용률은 떨어지고 수도권의 의료기관 이용률이 높았다. 제주 전북 강원 등 의료기관이 부족한 지역일수록 소득 상위 20% 구간에 속하는 주민들의 수도권 병원 방문 횟수는 뚜렷이 높았다.
수도권과 지방의 의료수준 차이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박종혁 국립암센터 암정책지원과장은 “암 수술 횟수가 많은 병원일수록 수술을 받고 30일 내 사망할 확률이 줄어든다”며 “지방 암 환자의 수도권 쏠림 현상은 앞으로 지역 간 의료수준 격차를 더욱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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