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작 장편 ‘빈집’낸 김주영
밥만 먹고 잠만 같이 잘뿐
결 속감 없는 쓸쓸한 가족 그려
“8년간 공백 끝에 낸 장편
이제 2년에 한 권씩 쓸 생각”
‘객주’ 등 장편 역사소설을 제외하면 김 씨는 ‘홍어’ ‘멸치’ 등 주로 자전적인 요소가 가미된 가족 이야기를 써왔다. 8년 만에 새 장편소설을 선보인 그와 23일 전화 인터뷰를 했다. 그는 “명작, 고전소설이라고 하는 것에서부터 요즘 젊은 작가들이 쓴 소설도 결국은 가족 이야기”라며 “사람 이야기를 쓰려다 보니 다시 가족이 나오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빈집’은 형사에게 쫓겨다니는 노름꾼인 아버지, 남편의 관심을 끌기 위해 어린 딸을 매질하고 구박하는 어머니 밑에서 자란 소녀 어진의 성장기가 주축을 이룬다. 소설에는 남편이자 아버지인 한 남자를 매개로 가족이란 테두리에 얽힌 여러 인물들이 등장한다. 아버지의 전처와 배다른 자매, 어머니와 딸…. 하지만 이 관계 어디에도 온전한 결속감과 신뢰는 없다. 어진은 불우한 유년시절을 보내고 결혼을 하게 되지만 새로 꾸린 가정 역시 따뜻한 보금자리가 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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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있지만 사랑이 없고, 집이 있지만 적막하다. ‘빈집’을 통해 결속감 없는 가족들의 쓸쓸한 삶을 그려낸 소설가 김주영 씨. 사진 제공 문학동네
그가 보는 오늘날 가족의 모습은 “집은 있지만 사랑이 배제됐고 응집력이 사라진 곳”이다. 그래서 사람이 있건 없건 그곳은 ‘빈 집’과 마찬가지다. 그는 “요즘의 가족은 그저 밥을 함께 먹고 같은 집에서 잠을 자는 사람들 정도의 의미“라며 ”대부분의 가족들이 원래 그래야 하는 가족의 역할을 해내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작가는 이 소설을 연이어 폭설이 내렸던 지난해 겨울, 강원 산골의 작은 집에서 썼다. 5년 전 담배를 끊은 이후로 집중력이 떨어져서 긴 글을 쓰지 못하고 있던 중, 이래선 안 되겠다 싶어 작정을 하고 산골로 들어간 것이라 한다. 그는 “다시 소설을 쓰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 책으로 ‘시동’이 걸린 셈이니, 앞으로는 오래 쉬지 않고 2년 정도에 한 권씩 장편을 쓸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