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시각 9시 22분 맞춰 분향일부 흥분하자 다른 유족이 제지서울광장 찾은 MB “잊지 않을것”
46명 일일이 바라보며… 이명박 대통령이 26일 서울광장에 마련된 천안함 희생 장병 합동분향소에서 분향을 마친 뒤 희생자들의 영정을 들여다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이 대통령, 애도쪽지 찬찬히 읽어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서울광장에 마련된 ‘천안함 46용사’ 합동분향소를 찾아 희생 장병들의 넋을 기렸다. 오전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직후 마이크로버스 편으로 서울광장에 도착한 이 대통령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안내를 받으며 분향소에 입장해 헌화 및 분향을 했다. 분향 후 침통한 표정으로 희생 장병 46명의 영정을 하나하나 응시한 이 대통령은 깊은 묵념을 한 뒤에도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한 채 다시 한 번 영정을 둘러보며 애도의 뜻을 표했다. 조문을 마친 이 대통령은 빈소를 지키고 있는 해군 관계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며 위로한 뒤 조문록에 “대한민국은 당신들의 고귀한 희생을 결코 잊지 않을 것입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29일 엄수되는 합동 영결식에도 참석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미안하다. 전우야”
구조활동 해경 501함도… 천안함 수색과 구조작업에 투입됐던 해경501함의 고영재 함장(왼쪽)이 26일 인천시청 앞 미래광장 분향소를 찾아 국화꽃을 건네받고 있다. 인천=황금천 기자
생존 장병들은 모두 해군 정복 차림으로 합동분향소에 도착했다. 이들은 일렬로 서 흰 국화를 들고 헌화한 뒤 묵념을 했다. 이어 52명 전원이 일렬로 서서 희생 장병들에게 경례하고 뒤로 돌아 유가족들에게 큰절을 올렸다. 이 과정에서 생존 장병과 유가족 사이에 몸싸움도 벌어졌다. 한 유가족이 큰절을 하고 있던 최 중령에게 달려들어 어깨 부분에 두 차례 정도 발길질을 했다. 가족들은 자체적으로 이 남성을 떼어내고 생존자들이 퇴장할 때 인간띠를 만들어 생존 장병들이 안전하게 나가도록 도왔다.
천안함장 최원일 중령(대열 맨 앞)을 비롯한 천안함 생존 장병 58명 가운데 52명이 침몰 사건이 일어난 지 정확히 한 달 만인 26일 오후 9시 22분 경기 평택시 해군 제2함대사령부 내에 마련된 합동 분향소를 찾아 전우들의 영정 앞에서 묵념하고 있다. 생존 장병들은 유족들의 요청으로 천안함 침몰시간에 맞춰 분향소를 찾았다. 사진 제공 해군
최 중령은 심경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입을 굳게 다문 채 고개를 흔들며 버스에 올랐다. 최 중령은 이날 분향을 마치고 희생자 가족들이 머물고 있는 2함대 내 숙소에서 가족 대표들과 면담했다. 나재봉 천안함 전사자가족협의회 대표는 “가족 측에서 천안함 사고 한 달을 맞은 이날 이 시각에 방문해 달라고 생존자 측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날 생존 장병 중 6명은 분향에 참석하지 못했다.
○ 공비에 형 잃은 노인 눈물
서울광장 ‘추모의 벽’ 서울광장에는 시민들이 추모의 마음을 담아 글을 적을 수 있는 곳도 마련됐다. 김재명 기자
60년 전 16세의 어린 나이에 6·25전쟁에 참전했던 ‘소년병’ 출신 서원석 씨(76)도 서울광장 분향소에서 조문을 마쳤다. 1950년 해군에 자원입대해 군복무 당시 PC-703 삼각산함을 타고 조타병으로 근무했던 서 씨에겐 이번 사건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평택 2함대 내 합동분향소에도 각계 인사들의 조문이 잇따랐다. 이날 오전 7시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와 안상수 원내대표 등 한나라당 지도부와 소속 의원 70여 명이 분향소를 방문한 데 이어 정세균 민주당 대표 등 민주당 의원들,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 김형오 국회의장, 이용훈 대법원장 등이 합동분향소를 찾았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평택=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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