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점력 높이자” 김상현 4번 전격 배치5번 희섭 분발 노림수…화답하듯 쾅쾅
KIA 최희섭- KIA 조범현 감독. [스포츠동아 DB]
감독 성향에 따라 각 팀 타순의 색깔이 결정된다. 두산 김경문 감독 같은 경우는 고정 타순을 선호한다. 타순별 역할이 있다고 볼 때, 최적 타자를 찾아낸 뒤 그 역할이 몸에 익숙해지도록 최대한 흔들지 않는 게 낫다고 본다. 반면 데이터를 중시하는 SK 김성근 감독은 거의 날마다 타순이 바뀔 정도로 다양한 오더를 짠다. 경기를 앞두고 대개 7∼8가지 오더를 적은 뒤 최종 선택을 한다.
KIA 조범현 감독은 두산 김 감독보다는 SK 김 감독과 비슷한 스타일이다. SK처럼 변화무쌍하진 않지만 여러 가지 카드를 사용한다. 조 감독은 22일 사직 롯데전에 안치홍을 올 시즌 처음으로 1번 타자로 기용했다. 하루 전, 시즌 처음 4번 김상현∼5번 최희섭 조합을 선보였던 조 감독은 22일에도 김상현을 4번에 배치했다.
조 감독이 웬만해선 흔들지 않는 ‘붙박이 4번’ 최희섭 타순까지 5번으로 바꾼 건 여러 가지 수가 담겨 있다. KIA는 개막 직후부터 줄곧 타격 페이스가 좋지 않아 고전했는데, 그 중에서도 최희섭의 부진이 심각했다. 앞 타순에서 찬스를 만들어도 4번에서 막히는 경우가 많았다. 조 감독은 “첫번째는 팀의 득점력을 높이기 위함”이라며 “아무래도 4번보다는 5번에 서면 희섭이가 부담감을 좀 덜 갖게 되지 않겠느냐”고 타순 변경의 이유를 설명했다.
조 감독이 평소보다 요즘 더 오더에 신경 쓰는 이유는 그만큼 팀 타선이 안 맞고 있다는 뜻. 상대 선발 투수와 각종 기록, 최근 페이스 등을 고려해 타선을 짜는데 개막 초반부터 이어지고 있는 공격력 빈곤이 예상보다 훨씬 길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조 감독이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테이블 세터는 이용규가 1번, 김원섭이 2번을 맡는 것이지만 이용규는 22일 9번에 배치됐다. “너무 안 맞으니 타순에 손이라도 대 분위기를 바꿔보겠다는 의미”라는 게 조 감독의 말이다.
사직 |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