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곳엔 작지 않은 변화가 있었다.
동사무소 통폐합 정책에 따라 쓸모가 없어진 건물이 말끔하게 단장돼 지난해 11월 말 다문화(多文化) 소통공간인 ‘다문화빌리지센터’로 탈바꿈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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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 센터장인 독일 출신 한스 알렉산더 크나이더 교수(한국외국어대)는 “이곳은 34개국 대사관저가 몰려 있어 다문화 소통공간으로서는 최적의 조건을 갖춘 곳”이라며 “외국인과 한국인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명소로 키워 나갈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한국에서 13년을 살았다는 그는 최근 이 센터가 입소문을 타면서 줄잡아 2000여 명의 외국인이 찾았다고 귀띔했다.
돌연 10여 년 전 뉴욕이 겹쳐졌다. 여덟달 동안 뉴욕에서 지낼 때 경험했던 매력만점의 한 단체가 떠올랐던 것. 현지 지인들이 며칠이 아니라 몇 달을 살 거라면 꼭 가보라고 권한 곳이다.
바로 맨해튼 20번가(街)쯤에 있던 ‘인터내셔널센터 뉴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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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이 잘 맞으면 파트너와 함께 뉴욕의 골목까지도 샅샅이 다닐 수 있다. 이처럼 다양한 활동을 몸소 체험하는 동안 점차 뉴욕의 마력에 빠져든다. 귀국을 앞두고 내 파트너가 이별선물로 준 손때 묻은 ‘에이브러햄 링컨 자서전’은 지금도 내 서고(書庫)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곳에 꽂혀 있을 정도로 정(情)이 넘친다.
뉴욕의 인터내셔널센터를 떠올릴 때마다 가장 인상 깊은 것은 ‘나를 배려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도록 만든다는 것. 이는 관(官)이 아니라 자원봉사자들이 주축이 돼 운영됐기에 가능하다. 방문한 외국인이 쭈뼛쭈뼛할 틈을 주지 않을 정도로 상대방의 눈높이를 맞춘 배려가 감탄할 수준이었다.
왜 뉴욕을 인종의 용광로(Melting Pot)라고 부르는지 고개가 끄덕여졌다.
단일민족을 내세웠던 한국도 이젠 명실상부한 다문화 국가로 변했다. 한국에 사는 외국인은 110만 명을 넘어섰고 서울에만 33만 명(지난해 말 기준)이 넘는 외국인이 우리 주위에서 함께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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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원 국제부 차장 davi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