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꽃시장에 간 저로선 화분들의 ‘착한 가격’에 적잖이 놀랐습니다. 선인장이며 고추 모종이며 튤립이며 작은 화분 하나에 2000원이면 족했습니다. 고상한 자태를 뽐내던 철쭉 화분은 꽤 큰 크기였는데도 7000원이었습니다. 식물 비료는 1000원. 테이크아웃 커피 한 잔 사 먹는 돈으로 화분 하나, 비료 하나 살 수 있었습니다.
실은 정직한 몸이 “좀 쉬어라”고 외쳐대는 통에 며칠간 휴가를 쓴 직후였습니다. 직장인이라면 남녀노소 늘 고민할 ‘일과 가정의 밸런스’뿐 아니라 평소 자세의 밸런스도 중요합니다. 삐뚤어진 자세가 지속되면 몸이 아파지고, 아픈 몸은 정신까지 병들게 하니까요. 봄 화분들은 매우 소곤소곤한 목소리로 밝고 건강한 정신을 깨우쳐주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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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장미 화분을 보면서 뜬금없이 성이 장 씨요, 이름 첫 글자가 ‘민’인 한 젊은 여성을 떠올렸습니다. 어느 회사 신입사원인 그녀는 늘 생글생글한 얼굴로 선배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습니다. 그녀의 직장 상사는 말했습니다. “일이 많은 걸 뻔히 알면서 시켜도 ‘아니요’란 말을 절대로 하지 않아요. 그러니 어느 누가 싫어하겠습니까”. 화창한 봄날입니다. 장미 화분 들여놓고 감상하면서 삶의 긍정적 태도를 상기하면 좋겠습니다. 이왕 해야 할 일들이라면, 즐겁게 하는 게 정신 건강에 이로울 듯합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