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해법’ 번번이 무시당해… 영향력 급감
최근 불거진 그리스의 국가부도 위기는 쪼그라든 그의 위상을 잘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 트리셰 총재는 “그리스가 국제통화기금(IMF)에 기대지 않도록 유럽의 형제국가들이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번번이 무시당했다. 독일은 그리스 지원에 노골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시하며 트리셰 총재의 주장에 제동을 걸었다. 지난달 트리셰 총재가 유럽의회 연설에서 “각 회원국이 그리스 문제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한 것도 호응을 얻지 못했다. 각국이 지원 여부를 둘러싸고 혼란스러운 메시지를 보내면서 시장은 계속 요동쳤다. 난항 끝에 유로존이 11일 IMF와 공동지원 형식으로 그리스 구제에 합의했지만 그는 이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다. 이후 기자회견을 자청해 “긍정적인 결정”이라는 한마디를 보탰을 뿐이다.
14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리셰 총재가 잇단 사태 해결의 핵심에서 밀려났다”고 지적했다. 금융위기 이후 유로화에 대한 회의와 경제정책을 둘러싼 회원국 간 충돌 등은 책임을 떠맡고 있던 트리셰 총재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졌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