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18연승을 거두고 있는 이세돌 9단. 바둑계에선 이 9단이 지난해 휴직으로 인한 6개월여의 공백을 극복하면서 점차 안정된 바둑을 두고 있어 연승 기록을 이어 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사진 제공 사이버오로
7일 제38기 하이원리조트배 명인전 예선결승. 랭킹 1위 이세돌 9단과 올해 최다승(21승)을 거두고 있는 박정환 7단이 대결하는 빅매치였다. 박 7단은 초반부터 분주하게 뛰어다녔으나 부처님 손바닥 안에 갇힌 손오공처럼 이 9단의 페이스에 말렸다. 결국 박 7단은 상대 중앙 흑 진에 특공대를 투입했다. 이 9단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강타를 퍼부으며 박 7단의 대마를 잡고 쾌승을 거뒀다.
#장면2
컨디션 100% 회복 안됐지만
뚝 심의 뒤집기로 강자들 격파
오늘 후지쓰배 8강전 격돌
구리 꺾고 연승 이어갈지 주목
이 9단이 18연승 가도를 질주하고 있다. 지난해 6개월의 휴직 후 올 1월 복귀한 뒤 이 9단은 활화산처럼 터져 오르며 만나는 상대마다 링 위에 눕히고 있다.
그 결과 그는 BC카드배 결승에 올라 24일부터 중국의 창하오 9단과 5번기를 펼친다. 준우승상금 1억 원은 확보했고 우승하면 3억 원을 거머쥔다. 또 중국이 주최하는 세계대회인 춘란배에선 허영호 7단과 함께 8강에 진출했다. 명인전 본선 진출, 물가정보배 예선 결승 진출도 이뤘다.
바둑계에선 그가 어느 기전 타이틀을 따느냐보다는 그의 연승 기록이 얼마나 이어질지를 궁금해한다. 그는 2000년 32연승, 2007년 24연승을 거둔 바 있다. 지난해 중국 바둑리그에선 19연승을 기록했다. 역대 연승 기록은 이창호 9단의 41연승(1990년), 김인 9단의 40연승(1968년)이다.
이 9단은 박 7단을 이기며 17연승을 거둔 뒤 “컨디션이 100%가 아니어서 BC카드배 본선, 명인전 예선에서 모두 내용이 나빴다”며 “운이 좋았을 뿐이고 이런 운이 지속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스스로도 예상 밖의 성적에 놀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초반에 불리했다가 중반에 뒤집는 것은 원래 이 9단의 스타일이라는 분석도 많다.
BC카드배에서도 쿵 9단(16강) 박영훈 9단(8강) 김기용 5단(4강)과의 대국에서 같은 패턴을 보였다.
김성룡 9단은 “이 9단은 초반 이상감각으로 불리하게 출발하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상대의 조그만 약점을 헤집어 판을 혼란스럽게 만든 뒤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 역전하는 능력은 당대 최고”라고 말했다.
연승의 고비는 14일 열리는 후지쓰배 3회전 구리 9단과의 대결. 쿵 9단과 함께 중국 바둑을 이끄는 구 9단마저 넘는다면 연승행진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 9단은 “우선 BC카드배에서 우승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라며 “우승을 못하면 나한테 억울하게(?) 진 기사들에게 미안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