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우주 전진기지 다네가시마 센터 르포로켓발사 초기 실패하기 마련… 나로호 시행착오 삼아 도약을
8일 방문한 우주센터는 금성 탐사위성 아카쓰키(PLANET-C)를 쏘아 올릴 로켓을 맞을 준비로 잔뜩 긴장한 모습이었다. 미쓰비시중공업이 만든 로켓은 10일 우주센터에 도착해 위성을 탑재한 뒤 5월경 아카쓰키를 싣고 우주로 향하게 된다. 내년 3월까지 발사가 예정된 인공위성은 아카쓰키를 포함해 모두 3기.
우주센터 면적은 9km² 정도로 미국 케네디우주센터(404km²)보다는 작지만 한국 나로우주센터(4.95km²)보다는 2배 가까이 넓다. 다네가시마 우주센터에는 대형 로켓발사대 2곳과 로켓 조립공장, 관제센터, 각종 실험동 등이 들어서 있다. 일본 우주개발진흥기구(JAXA) 직원 60여 명과 로켓 제작회사인 미쓰비시중공업 등 민간기업 직원을 포함해 400여 명이 상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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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1954년 로켓발사 실험을 처음 시작했지만, 다네가시마 우주센터에서 처음 로켓을 발사한 1968년이 일본 우주산업의 원년이라고 할 수 있다. 이후 이곳에서 발사한 인공위성은 모두 47기로 이 가운데 성공한 것은 44차례. 인공위성을 싣지 않은 실험용 로켓까지 포함하면 150회 정도의 발사 기록을 갖고 있다. 지난해 8월 나로우주센터에서 100kg급 과학기술위성 발사에 실패한 우리로선 부러움과 동시에 극복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우주기술 자립을 향한 일본의 집념은 무서울 정도였다. 로켓 제작에 들어가는 볼트 하나까지 국산 기술로 만들기 위해 당시 제작비용의 2배인 190억 엔을 들여 액체연료추진 우주발사체인 H-2 로켓 개발에 성공했다. 일단 100% 국산화에 성공한 후에는 비용 절감을 위해 수입 부품을 사용하기 시작했고 2001년엔 90억 엔을 들여 H-2A 로켓을 개발한 뒤 우주로 쏘아 올렸다. 2007년엔 일본 최초의 달 탐사위성 ‘가구야’가 H-2A 로켓 13호에 실려 발사되면서 다네가시마는 명실상부하게 일본 우주개발의 메카로 자리 잡았다.
일본의 다음 목표는 로켓을 우주공간으로 발사하는 것뿐만 아니라 우주선을 대기권 안으로 귀환시키는 유인우주선 발사다. 최근엔 우주비행사가 타고 있는 부분을 로켓에서 분리한 뒤 나머지를 파괴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로켓엔진 전문가인 사카즈메 노리오(坂爪則夫) 우주센터 소장은 “의지만 있으면 10년 이내에 유인우주선을 쏘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실패를 두려워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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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나로호 발사 실패와 관련해 사카즈메 소장은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1700회 로켓 발사에 성공한 러시아도 소유스를 쏘아 올린 첫해에는 17회 중 7회밖에 성공하지 못했다”며 “로켓 발사 초창기에는 실패하기 마련이다. 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본도 우주 선진국이 되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와 실패를 되풀이했다. 1960년대 후반 연속 4차례나 로켓 발사에 실패한 끝에 1975년 다네가시마 우주센터에서 본격적으로 N-1 로켓을 발사할 수 있었다. 우주 도킹 기술을 비롯해 일본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자부하는 우주개발 분야도 한결같이 수차례 실패를 거친 결과라는 게 사카즈메 소장의 회고담.
이러한 시행착오를 거쳐 우주 선진국으로 올라선 일본은 이제 눈을 해외로 돌려 로켓발사 상업화에 힘을 쏟고 있다. 그 첫 작품이 한국의 다목적 실용위성 아리랑 3호로, 외국 인공위성으로는 처음으로 내년 다네가시마 우주센터에서 발사될 예정이다.
우주과학 전문가로 이날 취재에 동행한 한양대 김경민 교수는 “일본은 H-2A 로켓을 이용해 최대 18t의 물체를 우주공간에 쏘아 올리는 기술을 보유한 세계 최고 수준의 우주 선진국”이라며 “지난해 100kg급 인공위성 발사에 실패한 한국으로선 민관이 합심해 우주개발에 나선 일본의 역사에서 교훈을 얻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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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규슈 남단 다네가시마 우주센터는 1968년부터 인공위성 44기를 쏘아 올렸다. 내년에는 한국의 다목적 실용위성 아리랑 3호도 이곳에서 발사된다. 다네가시마 우주센터 전경. 왼쪽이 로켓 조립장이고 오른쪽이 로켓 발사장이다. 다네가시마=윤종구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