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모형을 허겁지겁 버스로 운반?… 프레젠테이션을 홀로그램으로?…본격 건축드라마 내세운 MBC ‘개인의 취향’ 이런 건 좀…
3월 31일 방영을 시작한 MBC TV 수목 드라마 ‘개인의 취향’은 ‘건축 드라마’다. 건축가 전진호(이민호)와 유명 건축가의 딸인 가구제작자 박개인(손예진)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건축을 이야기의 중심에 놓았다. 건축은 드라마나 영화에 흔히 등장하는 소재가 아니다. 설계실 등 건축 업무 장면이 나온 미국 영화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1993년), ‘어느 멋진 날’(1996년) 정도다. ‘개인의 취향’은 첫 회부터 아트센터 설계공모 심사가 주요 장면으로 쓰이는 등 최근 부쩍 높아진 우리 사회의 건축에 대한 관심을 반영했다. 하지만 이야기 설정과 디테일은 ‘본격 건축 드라마’에 대한 기대를 무너뜨린다. 장윤규 운생동건축 대표(국민대 교수)는 “방영 시작 전에 몇몇 건축가에게 성원을 당부하는 서신을 보내왔기에 관심 있게 시청했는데 실망스러운 부분이 많아 그만 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드라마니까…’ 하고 보아 넘기기 어려운 장면들을 짚어 본다.
① 홀로그램 프레젠테이션?… 오히려 감점 요인
“산과 강, 호수. 사람이 이보다 더 아름다운 것을 만들 수 있을까요? 우리는 이 자연에 또 하나의 자연을 더하려 합니다. 자연, 사람, 문화가 어울리는 친환경적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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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작품 모델을 들고 버스에?… 상상도 못할 ‘코미디’
계획안 모델을 들고 프레젠테이션 장소로 가던 진호는 택시를 잡지 못해 버스에 오른다. 버스 안에서 만난 여주인공과 실랑이를 벌이던 중 공들여 만든 모델이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난다.
서현 한양대 건축학부 교수는 “프레젠테이션의 핵심인 모형은 대개 하루 또는 몇 시간 전에 운반해 놓는다”며 “버스 운반은 코미디에 가까우며 실제로 그러다 망가뜨렸다면 그것만으로도 해직 사유”라고 했다. 모델이 손상될 경우에 대비해 실제 건축가들은 미리 예비 부품과 작업도구를 준비한다.
드라마에서처럼 행사장 창문 블라인드를 몰래 잘라내 재료로 쓰는 일은 있을 리 만무하다.
③ 시공사에 막말하는 건축가?… 현장에 다신 발 못붙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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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의 결과물은 설계안이 아니라 실제 건물이다. 현장에서 건축가와 시공업자의 관계가 긴밀할수록 품질 높은 건물이 나온다. 현장감독과 인부들 사이에서는 간혹 분란이 생기지만 건축가가 현장 인력을 아랫사람 부리듯 함부로 대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권문성 아뜰리에17 건축사사무소 대표는 “그런 일이 벌어졌다면 다시 현장에 발을 디딜 수 없을 것”이라며 “건축가 본인이 건축주라면 혹 모르겠지만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오류는 드라마의 주요 배경인 한옥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여주인공의 집 대문 위에는 ‘상고재(相B材)’라는 현판이 붙어 있다. 서현 교수는 “‘항상 연모하는 집’을 뜻하는 것이었다면 ‘집 재(齋)’를 써야 했을 것”이라며 “재료 재(材) 자를 현판에 붙인 건물은 처음 봤다”고 말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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