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를 비롯해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 안상수 인천시장 등 여야 정치인들이 앞 다퉈 숨진 선원들의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유가족들에게 애도의 뜻을 전달했다. 이들은 “천안함에서 실종된 사병들을 수색하는 의로운 일을 하고 사고를 당한 만큼 정부가 그에 걸맞은 예우를 하도록 돕겠다”고 이구동성으로 약속했다. 주한 인도네시아대사관 직원들도 누르카효 씨의 빈소를 찾아 고인의 넋을 기렸다. 98금양호가 소속된 회사인 금양수산 관계자와 98금양호와 함께 천안함 수색에 나섰던 97금양호 선장도 실종자 가족들을 찾아 고개를 숙인 채 “죄송스럽다”며 위로의 말을 건넸다.
그러나 이들이 조금 더 일찍 방문해 사망자 유족과 실종자 가족들을 찾아 따뜻하게 위로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98금양호 실종자 9명 가운데 가장 먼저 시신이 발견된 김 씨의 빈소는 3일 차려졌지만 김 씨가 다니던 교회의 신도와 친지만 다녀갔을 뿐 5일까지 정치인 누구도 찾지 않았다. 해군과 해양경찰청 등이 보낸 조화만 빈소를 지켰을 뿐이다. 게다가 누르카효 씨의 빈소는 인도네시아에 살고 있는 가족이 아무도 오지 않아 그동안 적막감만 감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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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과 해군이 경비함과 고속정 등을 동원해 98금양호 실종자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아직 남은 실종자 7명의 생존 여부는 알 수 없는 상태다. 게다가 해군이 수중탐지기를 동원해 수색한 결과 98금양호는 수심 70m 아래 가라앉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선체 인양은 기약할 수 없는 처지다. 정부가 이날 숨졌거나 실종된 선원 9명을 의사자로 인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한다. 뒤늦은 감은 있지만 다행한 일이다. 어느 목숨이든 귀하지 않은 목숨이 있겠는가.
―인천에서
황금천 사회부 kc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