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1마리=일자리 50개… 濠 말산업 ‘年20만명 고용’ 이끈다
세계 각국이 바이오 산업, 말 관련 산업, 전시 산업 등 일자리를 많이 만들 수 있는 신(新)성장 산업을 발굴하는 데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호주 경마산업을 상징하는 시드니의 ‘로열랜드윅’ 경마장(왼쪽)과 미국 메릴랜드 주 몽고메리카운티 바이오클러스터에 있는 ‘카이아진’사의 연구 실험실. 사진 제공 카이아진·로열랜드윅 경마장
호주 종마산업
전통산업에 연구개발 집중
年5%성장 유망분야 탈바꿈
미국 바이오클러스터
재정적자에도 지원 안줄여
기업은 멀리보고 인재채용
독일 전시산업
전시회 유치로 도시 활력
年25만명 신규채용 효과
‘고용 없는 성장’ 현상이 심화하는 가운데 세계 각국은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새 성장모델을 찾아내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있다. 고용창출 능력이 한계에 부닥친 제조업 일변도에서 탈피해 서비스산업, 관광 전시산업, 첨단 바이오산업의 육성에 눈을 돌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아직도 제조업 중심의 경제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국도 예외일 수는 없다.
○ 말 한 마리가 50여 개 일자리 창출
‘귀한 몸’이 된 씨수말 한 마리를 관리하는 데는 5, 6명의 전담인력이 배치된다. 여기에 수의사와 교관, 사료생산 인력 등을 합치면 마리당 50여 개의 일자리가 생겨난다. 각 목장의 행정, 관리, 연구개발 인력을 모두 합치면 호주에서 종마산업이 창출하는 일자리만 5만∼8만 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경마산업까지 합치면 일자리는 20여만 개로 늘어난다.
호주 정부는 말 산업에 대한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려 새로운 성장 및 고용창출 엔진으로 탈바꿈시켰다. 호주 농촌산업연구개발공사는 1996년부터 5개년 계획을 수립해 말 산업을 집중 육성해 왔으며 2006년부터 시작된 3차 5개년 계획에는 매년 120만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말 경매업체인 매직밀리언스가 매년 네 차례 퀸즐랜드 주 골드코스트 시에서 열고 있는 ‘매직밀리언스 카니발’은 지역경제 및 고용 활성화에 기여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이 행사가 세계적인 말 경매축제로 자리 잡으면서 이 지역에 연간 5200만 달러의 수익뿐만 아니라 새로운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그 덕분에 골드코스트 시는 매년 3.5%씩 인구가 증가하면서 호주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는 도시로 떠오르고 있다.
○ 정부 지원에 기업은 고용 확대 화답
기업들이 본궤도에 올라서 고용 창출에 기여할 때까지는 정부 지원을 멈출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피터 방 몽고메리카운티 투자유치담당 부국장은 “일각에선 복지비도 모자라는데 기업에 돈을 퍼주느냐는 식으로 말하지만 수십 년 뒤의 성장 동력을 키우는 장거리 경주에 드는 투자를 배가 좀 고프다는 이유만으로 줄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 회사 숀 어거슨 북미 담당 상무는 “당장 일감을 보고 고용을 줄이는 것은 근시안적”이라며 “직원은 중요한 자산이기 때문에 장기발전 전망을 근거로 인력을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 ‘도시를 사람으로 붐비게 하라’
서비스 산업 육성을 통해 도시의 유동인구를 늘려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있는 곳도 많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시는 각종 공연과 전시회 유치로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 대표적인 도시다. 프랑크푸르트 도심에 있는 매리어트 호텔의 3월 22일 기준 방값은 179유로였지만 23∼25일엔 325유로로 뛰었다. 호텔 맞은편 뮤직홀에서 미국의 인기가수 리해너가 23일부터 공연을 했기 때문이다.
이 호텔 방값은 주방용품전시회, 자동차 및 부품전시회, 화학산업용 기계장치전시회, 문구전시회가 열릴 때면 400유로로 치솟는다. 이처럼 매출액 기준으로 세계 톱10에 드는 전시장 중 5곳이 독일에 있다. 전시산업을 통해 연간 독일 국내총생산(GDP)의 1%에 해당하는 230억 유로의 매출액이 발생하고 25만 명이 새롭게 채용된다.
독일은 전시회 기간 부스 임대료 등으로 연간 65억 유로의 수입을 올리지만 숙박, 음식업 등으로 얻는 파생 수입은 더 많다. 당국은 전시회 티켓을 보여주면 무료로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 관람객들이 프랑크푸르트 시외 숙소로 쉽게 가도록 한다. 유동인구의 이동 범위가 넓어져 지역경기가 살아나고 신규 일자리도 숙박업소, 음식점, 놀이시설 등 다양한 업종에서 생겨나는 구조다.
▼ “창의력 발휘하고 실적 내는데엔 中企가 유리”
박봉에도 벤처 입사 美리란양-네리 씨 ▼
하지만 기자가 미국 몽고메리카운티 바이오클러스터에서 만난 석·박사급 인력 중에는 박봉에도 불구하고 잠재된 가능성을 보고 벤처기업에 뛰어든 사람이 적지 않았다.
중국 베이징(北京)대를 졸업한 뒤 지난해 8월 조지워싱턴대에서 생명정보학 석사학위를 받은 리란양(李염陽) 씨는 2월에 바이오기업인 티슈진의 연구인력으로 입사했다. 그의 연봉은 4만 달러(약 4520만 원)로 학비가 비싼 조지워싱턴대 출신치고는 박한 편이다.
리 씨는 “창의력을 발휘해 연구 활동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라며 “박봉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에게 티슈진은 젊은 나이에 중요한 연구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그는 내년쯤 박사과정에 들어갈 생각이며 회사도 이런 계획을 존중한다. 티슈진 관계자는 “기업이 개인에게 자기계발의 기회를 제공하고, 개인이 이를 도약의 발판으로 삼는 상생 관계를 통해 이곳에서는 고급인력의 채용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 이머전트바이오사에 입사한 미코 네리 씨는 세 번 직장을 옮겼지만 일자리가 없어 쉰 적은 한 번도 없다. 구인데이터베이스가 잘 갖춰져 있는 데다 헤드헌터들이 수시로 채용정보를 주기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기 1, 2개월 전에 다른 일자리를 구할 수 있었다. 그는 뚜렷한 실적을 낼 수 있는 직장이면 충분하며 기업의 규모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팀장 박현진 경제부 차장
▽경제부
미국 뉴욕·몽고메리=홍수용 기자
영국 런던·브라이턴·셰필드, 독일 프랑크푸르트=박형준 기자
호주 시드니=문병기 기자
스위스 취리히·베른, 네덜란드 암스테르담·헤이그=이세형 기자
▽국제부
일본 도쿄=김창원 특파원
중국 베이징=이헌진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