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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JOB챔피언]청년실업 해결, 유럽 선진국서 배운다

입력 | 2010-04-03 03:00:00

英, 6개월 청년백수 의무 직업교육… 정부가 취업까지 알선




견습생 제도로 뚫고…
獨, 350여개 직종서 운영… 작년 기업25%가 견습생 채용
스위스도 공부하며 직업훈련

맞춤형 교육으로 뚫고…
英 재정난에도 아낌없는 투자… 정부교육생 80%가 구직 성공
네덜란드, 취약계층 실습지원


독일 프랑크푸르트 시내의 보험회사인 나쇼날 스위스에서 견습생 니콜 프랑크자크 씨(오른쪽)가 정규 직원에게서 보험 상품에 대해 배우고 있다. 프랑크자크 씨는 지난해 대학 진학 대신 나쇼날 스위스의 견습생을 선택해 일찌감치 직장을 확정지었다. 프랑크푸르트=박형준 기자

지난달 22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시내에 위치한 스위스계 보험회사인 ‘나쇼날 스위스’. 아직 앳된 얼굴의 니콜 프랑크자크 씨(21·여)는 기자와 악수하며 당당하게 “명함은 2년 후에 주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부터 이 회사의 견습생으로 일하고 있는 그는 정식 사원이 아니라 학생과 견습생을 오가는 신분이어서 명함이 없다. 하지만 ‘나중에 명함을 주겠다’는 그의 약속은 견습생을 전원 채용해온 이 회사의 방침을 감안할 때 이변이 없는 한 지켜질 것이다.

이 같은 독일의 견습생 제도는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도 독일의 청년고용률을 끌어올린 ‘고용 혁명’의 밑바탕이 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전인 2006년과 2007년 각각 44.0%, 45.9%였던 독일의 청년고용률은 2008년 47.2%로 오히려 상승했다.

 

세계 각국이 실업 문제 해법을 찾기 위해 골머리를 앓는 가운데 청년층의 일자리 늘리기는 실업 정책 중에서도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한국의 15∼24세 청년고용률은 2008년 기준 23.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43.7%)의 절반 수준이다. 청년 실업의 심각성을 일찌감치 깨닫고 기업과 지역 특성에 맞는 맞춤형 해법을 도입한 유럽 선진국들의 사례는 똑같은 문제로 고민하는 한국에 훌륭한 참고서가 될 수 있다.

○ 독일과 스위스의 견습생 제도

프랑크자크 씨는 3년 견습생 과정 중 매년 1월과 5월에 두 달씩 직업학교로 돌아가 회계, 행정 등 이론을 배우고 나머지는 나쇼날 스위스에서 실무를 익힌다. 학교에 있는 시간보다 기업에서 일을 배우는 기간이 훨씬 더 많다.

프랑크자크 씨는 “작년에 김나지움(Gymnasium·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는 중등교육 과정)을 함께 졸업한 친구들 대부분이 대학에 진학했지만 나는 직업학교를 선택했다”며 “견습생으로 일하면 일찍부터 직장을 확정지을 수 있고 돈까지 벌 수 있어 만족한다”고 말했다.

견습생들에 대한 회사 측의 만족도도 높다. 이 회사의 인사담당 케르스틴 트라우트만 씨는 “3년간 업무를 배운 상태에서 입사한 견습생은 대학 졸업 후 들어오는 직원보다 경쟁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회사에서도 선호한다”고 말했다.

독일은 제빵사에서 은행원에 이르기까지 350여 개 직종에서 견습생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약 204만 개 기업 중 49만3000여 개의 기업이 견습생을 받아들였다. 미국의 경제 주간지인 비즈니스위크는 미국 청년실업에 대한 해법으로 이 제도를 소개하기도 했다.

크리스틴 브링스 독일 연방 직업교육연구소 연구원은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도 견습생을 거칠 정도로 인기가 높다”며 “견습생 제도 덕분에 독일은 청년실업률을 상당히 낮출 수 있었다”고 말했다.

스위스도 체계적인 직업훈련을 통해 청년 고용을 활성화하는 대표적인 나라다. 자동차, 기계, 전기전자, 건축, 물류, 정보통신, 기계운전의 전공 중 2개의 전공을 선택할 것을 권유하며 직업학교 학생들이 기술뿐 아니라 직장생활에 적응하는 것을 돕기 위해 멘터제를 운영한다. 스위스 취리히에 있는 LfW직업훈련학교의 안톤 후버 교장은 “학생들에게 1주일에 2번은 자신의 전공과 관련된 회사에 가서 실제 업무를 접하게 하고 이미 현장에서 활동하는 사람들과 정기적으로 상담하도록 한다”고 소개했다.

 

○ 일자리 창출에 돈 쏟아붓는 영국

“취업을 가로막는 장애물들을 포스트잇에 써주세요. 그리고 칠판에 붙이세요.”

지난달 25일 영국 런던에서 열차로 1시간가량 걸리는 항구도시 브라이턴. 직업교육기관인 ‘스킬스 트레이닝 UK’의 라라 코리 강사가 청년 구직자 10여 명을 대상으로 ‘동기부여’ 강의를 하고 있었다.

강의를 듣는 청년들은 모두 6개월 이상 구직활동을 했지만 직장을 구하지 못했다. 영국 정부가 직접 나서 이들에게 무료 직업교육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영국은 경제위기가 한창이던 지난해 9월 ‘유연한 뉴딜’이란 정책을 내놓고 18∼24세 청년들이 6개월 동안 직장을 갖지 못하면 강제적으로 맞춤형 직업교육을 받도록 했다. 직업교육을 받지 않으면 구직수당(주당 약 50파운드·약 8만6000원) 지급이 중단되기 때문에 청년들은 예외 없이 교육에 참여하고 있다. 교육을 받은 청년 중 80% 이상은 52주간의 교육이 끝나기 전에 직장을 구했다.

실제 기자가 스킬스 트레이닝 UK를 방문했을 때 보안회사인 ‘토털 시큐리티 서비스’의 제임스 모리스 매니저는 현장 인터뷰를 하면서 두 명을 즉석에서 채용했다.

재정난에 허덕이는 영국 정부지만 청년 실업 해소를 위해서는 아낌없이 정부 돈을 쏟아붓고 있다. 10억 파운드 규모로 미래일자리기금(Future Jobs Fund)을 조성해 18∼24세 청년의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고, 의무교육을 마친 16∼17세 청소년에게 일자리를 알선하는 ‘9월의 보증’ 제도 등을 실시하고 있다.

마틴 던포드 스킬스 트레이닝 UK 이사는 “최근 영국 정부가 전례가 드물 정도로 강력하고 다양한 청년 일자리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며 “특히 청년들에게는 반드시 일자리를 찾아준다는 의미로 ‘보증(guarantee)’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 맞춤식 일자리 주는 네덜란드

지난달 27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외곽에 있는 한 자전거 수리점. 청년 3명이 땀을 뻘뻘 흘리며 자전거 수리 기술을 배우고 있었다. 이들은 네덜란드 정부가 직장 생활을 위한 최소한의 능력을 갖추지 못한 취약 청년계층을 대상으로 펼치는 ‘데 파스포름(맞춤식)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청년들이다.

먼저 1∼2주 개인별 적성과 기술 및 지식을 평가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전거 수리, 간호, 아동도우미, 경비업무 등 18개 미니기업에서 실습을 진행한다. 정부의 프로그램 관리자는 주기적으로 현장을 방문해 실습생의 고충을 듣는다. 실습생은 현장기술 습득 정도에 따라 8∼13주 후에는 실질적인 직업 훈련을 동반한 근무를 하게 된다.

이서원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유럽 국가들의 현장 지향적이고 개별화된 직업훈련프로그램은 장기고용으로 이어지는 데 효과적”이라며 “한국도 의무교육을 마친 사람들이 취업을 목적으로 직업 재교육을 받는 시스템을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 인턴 반기는 영국, 꺼리는 한국 ▼

英기업 1000여개 인턴제 참여… 한국선 대기업외엔 채용안해


한국과 영국은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인턴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접근 방식은 서로 달랐다.

영국 정부는 지난해 7월 ‘젊은 영국 지원 캠페인’을 벌이면서 기업과 지역사회에 청년실업 문제 해결을 위해 동참해 줄 것을 호소했다. 구체적으로 인턴기회 제공, 직업교육 같은 방안들을 기업에 제시했다. 올해 3월까지 영국 전역에서 1000여 기업이 참여했다.

인력공급 회사인 A4e의 스티브 마스랜드 이사는 “청년들에게 ‘일하는 즐거움’을 깨닫게 해주기 위해 인턴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며 “A4e뿐 아니라 상당수 기업은 인턴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컨설팅 회사인 버밍엄 퓨처에 근무하는 60여 명의 연구원은 버밍엄시티 대학생들의 멘터가 되는 방식으로 기여했다. 메리엇호텔그룹은 서비스 업종에서는 보기 드물게 주방 인턴을 뽑아 12주 동안 칼 다루는 법, 음식 조리법 등을 가르치고 있다.

이 캠페인을 총괄하는 노동연금부 힐러리 더그대일 국장은 “영국 정부의 고용정책 목표는 최우선적으로 청년에 맞춰져 있다”며 “기업의 자발적인 참여 덕분에 정부 재정지출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은 지난해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들이 2만4000여 명의 인턴을 받아들였다. 올해는 중소기업이 고졸 이하의 미취업자를 인턴사원으로 채용하면 6개월간 임금의 절반을 정부가 지원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런 정책들은 재정 부담을 늘린다는 단점이 있다. 또 삼성, LG 등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면 상당수 민간 기업은 인턴을 뽑지 않고, 인턴을 뽑은 기업들도 여간해서 정규직으로는 채용하지 않는 실정이다.

 

<특별취재팀>

▽ 팀장 박현진 경제부 차장

▽경제부
미국 뉴욕·몽고메리=홍수용 기자
영국 런던·브라이턴·셰필드, 독일 프랑크푸르트=박형준 기자
호주 시드니=문병기 기자
스위스 취리히·베른, 네덜란드 암스테르담·헤이그=이세형 기자

▽국제부
일본 도쿄=김창원 특파원
중국 베이징=이헌진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