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방송사들 자율에 맡길 필요
보편적 시청권 보장된다면 당국 개입 필요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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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인기 있는 부분을 중계함으로써 얻는 금전적 혹은 무형적 대가가 크고 인기가 없는 부분은 그렇지 않아 개별 방송사는 가능하면 인기 있는 부분만을 얻으려 애쓸 유인이 크다. 예를 들어 월드컵에서는 우리나라 팀이 본선에 진출했는가가 중계권의 가치를 결정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행사 주최 측은 인기가 없는 부분에 대한 중계료를 받기 어려우므로 가치에 대한 불확실성이 제거되기 이전에 중계권을 판매하는데, 이 상황에서 중계권을 따는 방송사는 커다란 위험을 부담하는 셈이다. 어떤 방송사가 중계권 판매 단계에서는 공동중계에 대한 참여를 하지 않다가 후에 우리 팀 본선 진출이 확정되어 인기 있는 행사임이 결정된 이후에 참여를 한다면 이는 무임승차가 된다.
따라서 국민이 많이 관심을 가질 행사에 있어서는 이런 무임승차의 가능성을 감안하여 공동중계의 틀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월드컵의 경우 방송사는 우리나라 팀의 본선 진출 여부가 결정되기 이전에 공동중계에 참여할지를 확실히 정하고 그에 대한 준비를 공동으로 추진해야 한다.
기왕에 독점적인 중계권이 주어졌다면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우선 공동중계가 바람직하므로 지금부터라도 강제적으로 그렇게 하도록 하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지금부터 공동중계를 강제한다면 무임승차 행위를 부추기는 셈이 된다. 이번 사례의 해결 방식은 공동중계의 준비단계에서 적극적인 협조를 안했던 방송사에 대한 처리의 선례를 만드는 셈이므로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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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반]중계-해설 수준 낮아질 우려
막대한 중계권료 부담에 수익높이려 편법 동원할수도
SBS 처지에서 보면 단독중계가 매력적일 수 있다. 어렵게 중계권을 확보했고 겨울올림픽 단독중계를 통해 자신감을 확보한 면도 있다.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팀이 선전만 해준다면 엄청난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계산이 섰을 수도 있다. 하지만 중계권료, 방송법의 기본정신, 시청자의 보편적 시청권, 서비스의 수준 측면에서 볼 때 SBS의 월드컵 단독중계는 무모한 도박이 될 가능성이 크다.
우선 중계권료 문제다. 2006년 독일 월드컵 때 방송 3사가 지불한 중계권료는 2500만 달러였다. SBS의 이번 남아공 월드컵 중계권료는 6500만 달러로 알려졌다. 두 배 이상 올랐다. 이런 식이라면 중계권료는 천정부지로 치솟을 수밖에 없다. 2002년 월드컵 중계권을 사들였던 독일의 키르히미디어그룹과 스위스의 ISL이 결국 파산했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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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도 특정 방송사가 월드컵을 단독 중계할 경우, 미국에서 지난 베이징 올림픽을 독점 중계한 NBC처럼 수익극대화를 위해 편법을 동원할 가능성이 크다. 프로그램 구성과 해설의 수준도 떨어지게 마련이다. 결국 시청자만 큰 피해를 본다. 동시에 월드컵 단독 중계는 국내 지상파 방송의 발전을 저해할 가능성이 크다. 국가기간방송 KBS의 경우 민영방송인 SBS처럼 중계권 확보를 위해 거액을 투자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원초적으로 불공정 경쟁 상황이라는 이야기다.
물론 단독중계를 하면 지난 월드컵 때와 같은 방송사 간 중복편성은 없어질 것이다. 방송3사가 동시에 월드컵경기를 중계할 경우 축구에 관심이 없는 사람의 시청권을 침해할 수 있다. 독일 월드컵 이후 방송 3사는 풀을 구성하여 주요 경기를 ‘순차편성’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칼자루를 쥐고 있는 것은 SBS다. 국익을 위해, 보편적 서비스를 위해 월드컵과 같은 전 국민의 관심사는 공공서비스 방송을 중심으로 공동중계하는 것이 순리다. 창사 20주년을 앞둔 SBS의 대승적 결단을 기대한다.
최영묵 성공회대 신방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