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맡긴다” 기술-정보 공유… 주문 폭주해도 최고 품질 화답근로자들 月 280시간씩 구슬땀
지난해 베이징현대차의 중국 판매 대수가 2008년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난 데는 동반 진출한 협력업체들과의 유기적인 협력 관계가 적지않은 역할을 했다. 헤드램프를 현대차에 공급하는 에쓰엘이 중국에 설립한 북경삼립 베이징공장 모습. 사진 제공 현대자동차
26일 중국 베이징 시 핑구 구 ‘북경화신’ 연료탱크 생산공장. 현대자동차의 1차 부품협력업체인 화신은 2002년 11월 현대차와 중국에 동반 진출하면서 북경화신을 설립했다. 베이징현대차에 연료탱크를 납품하면서 지난해 18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퇴근 시간이 지난 오후 6시 2만7000m²의 공장은 400여 명의 중국인 근로자가 뿜어내는 용접 및 사출작업 열기로 뜨거웠다. 이들은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정규 근무를 마친 뒤 30분 만에 저녁식사를 해결하고 초과 근무에 나섰다.
이날 생산라인에서 만난 중국 근로자는 “잔업이 늘어 힘들지만 수당을 모두 합치면 한 달에 2000위안(약 34만 원)까지 벌 수 있다”며 “공회(중국식 노조)도 초과 근무에 큰 불만 없이 회사 방침에 잘 따르고 있다”고 전했다. 이 회사 최영대 생산부장은 “주문량이 계속 밀려 중국 근로자들이 휴일을 포함해 월 280시간씩 일하고 있다”며 “한국보다 한 달에 60시간 이상 더 근무하는 셈”이라고 했다. 노조 입김이 센 한국에선 이 정도의 근무시간을 확보하기 힘들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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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화신은 진출 초기 현대차로부터 안정적인 물량 확보 약속을 받고 4500만 달러를 한꺼번에 투자할 수 있었다. 현지 법인장인 김종성 부사장은 “2002년 처음 중국에 들어오면서 주문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었다면 거액의 투자계획을 세우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용지 선정부터 각종 인허가 작업까지 베이징현대차의 지원이 컸다”고 말했다.
현지 협력업체들은 추가 증설에도 적극적이다. 헤드램프를 현대차에 납품하는 에쓰엘은 2003년 1월 중국에 진출해 북경삼립을 설립했다. 북경삼립은 기술제휴를 한 독일 헬라(HELLA)사의 중국 공장 용지를 9월경 추가로 매입할 예정이다. 현대차 베이징 3공장 증설에 맞춰 해당 용지에 설비를 새로 들여놓고, 내년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베이징에서 만난 협력업체 관계자들은 현대차와의 정보 및 기술공유 등 유기적 협력관계가 서로에게 ‘윈윈’이 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북경삼립의 사무동에는 모델별, 주간 단위별로 베이징현대차의 생산계획 수치가 자세히 적힌 문서가 현관에 게시돼 눈길을 끌었다. 현지 법인장인 권병욱 상무는 “현대차가 사전에 매달 생산계획을 통보함에 따라 생산과 재고관리에 만전을 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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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업체 기술진이 경기 화성시 현대차 남양연구소에서 신차 설계단계에 참여하는 ‘게스트 엔지니어제’도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자동차의 전체적인 캐릭터 라인을 현대차가 설명하면 각 협력업체들이 부품 디자인에 대한 의견을 제시해 제품 설계에 반영하는 제도다. 권 상무는 “EF쏘나타의 중국 현지화 모델을 개발할 때 우리 측 헤드램프 개발자가 설계에 참여했다”며 “공동설계 과정에서 협력업체 기술자들의 기술적 이해도가 크게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베이징=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