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함구에는 이유가 있었다. 일본은 교과서에서 일제 군국주의 시대를 거의 가르치지 않는다. 우리 역사 교과서에서는 한 단원이나 차지하고 있는 분량이 두서너 쪽에 지나지 않는다. 고입이나 대입 시험에도 출제되지 않기 때문에 학생들은 그냥 건너뛰는 게 예사다. 일본인들에게는 1904년 러일전쟁 직후에서 1945년 패전까지의 반세기 역사가 붕 떠있는 셈이다.
23일 발표된 제2기 한일 역사공동연구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우리 측 역사학자들은 일본의 과거사 교육이 소홀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일본 학자들은 “그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자랑스럽지 않은 어두운 과거를 들춰내고 싶지 않은 의도적인 ‘집단 망각’처럼 들렸다.
이번 공동연구 결과는 2007년 6월부터 30개월 동안 34명의 전문가가 머리를 맞대고 67번의 회의를 거친 결과라고 하기에 부족함이 많다. 역사적 사실에 엄중해야 할 역사학자끼리도 이처럼 동일한 사건을 해석하는 시각이 판이한데 하물며 일반 국민의 인식 격차가 어떨지를 생각하면 허탈하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 연구가 비록 양에 차지는 않아도 소기의 성과를 거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일본은 고대에 한반도 일부를 지배했다는 임나일본부설을 공식 폐기하는 등 1차 공동연구 때보다 접점이 넓어진 대목도 있다. 양국 간에 주기적으로 외교적 갈등이 되고 있는 교과서 문제에 대해 각자의 입장을 정리한 것도 지금까지 없었던 첫 시도였다. 이번 공동 연구는 비록 아쉬움은 많았지만 어떻든 서로 입장이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고 역사 문제를 파고들려는 노력의 결실이었다는 점에서 희망을 갖게 했다.
김창원 도쿄 특파원 chang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