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장, 토씨까지 직접 챙겨민감한 재판 감안 파격 조치檢-辯 말 끊고 직접 신문도
일러스트레이션 최남진
24일에도 증인으로 출석한 이원걸 전 산업자원부 2차관에 대한 신문이 시작되면서 검찰과 변호인 측 간에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의 대한석탄공사 사장 응모 과정의 청탁 의혹을 둘러싸고 팽팽한 접전이 시작됐다. 당시 산자부 석탄과장 김모 씨에게 곽 전 사장을 돕도록 지시하고 전화번호를 알려준 사실이 있느냐는 검찰의 신문에 이 전 차관은 펄쩍 뛰었다. “전화번호…이런 것까지…저는 전혀 모르는 사람인데 그랬을 리가 없습니다.”
이 전 차관이 말끝을 흐리자 즉시 김 부장판사가 나섰다.
김 부장판사는 속기사의 모니터와 재판장 자리의 모니터를 번갈아 보며 증언의 토씨 하나하나까지 꼼꼼하게 정리해놓은 뒤 재판을 다시 진행했다. 증인의 발언 내용은 속기사가 받아 치는 대로 실시간으로 재판장 옆에 놓인 컴퓨터 모니터에 뜨는데, 이를 확인해가면서 재판을 진행하는 것. 검찰과 한 전 총리 양측이 사활을 걸고 있는 민감한 재판이라 말 한마디라도 정확하게 정리해놓지 않으면 나중에 시비가 생길 수 있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이뿐만 아니라 김 부장판사는 검사와 변호인 신문에도 적극 개입하고 있다. 11일 2차 공판에서 곽 전 사장에 대해 검사가 증인신문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김 부장판사는 말을 끊었다. “검사님, 그런 식으로 물어보시면 안 됩니다. 증인, 재판장이 묻는 말을 잘 들어보세요.” 김 부장판사는 아예 검사의 신문 사항을 자신이 직접 물어나갔다. 변호인 신문 때도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자 보다 못한 변호인이 신문권 보장을 요청하는 일도 벌어졌다.
통상 형사재판에서 재판장은 쟁점을 정리하거나 증인이 질문의 뜻을 잘 이해하지 못할 때를 제외하고는 검찰과 변호인의 신문이 모두 끝난 뒤에야 추가 신문을 한다. 그러나 김 부장판사는 때로는 검사나 변호인으로, 때로는 공판조서 속기정리 역할까지 떠맡는 ‘1인 4역’을 한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 동영상 = 사상 첫 총리공관 현장검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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