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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테이션/동아논평]미 의료복지 큰 획 그은 건보개혁

입력 | 2010-03-22 17:00:00



미국의 건강보험 제도를 40여년 만에 대대적으로 수술하는 건보 개혁법안이 21일 연방 하원을 통과했습니다. 백악관과 민주당 하원 지도부는 이날 민주당 소속 의원 가운에 낙태 관련 조항을 이유로 건보개혁 법안에 반대하던 의원 7명과 줄다리기 협상 끝에 이들의 표심을 돌리는데 성공해 법안통과에 필요한 가결정족수인 216표 이상을 확보했습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이후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걸다시피 하며 추진해온 건보개혁안의 통과로 미국은 의료복지 체계에 큰 전환점을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이 법안은 그동안 건강보험의 사각지대에 있던 3200만 명에게 새로 건보혜택을 제공해 건보 수혜율을 95%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습니다. 또 보험사들은 과거 질병 전력이나 고령 등을 이유로 보험 가입을 거부할 수 없게 됩니다.

미 의사당내 방청석과 의사당 주위에서는 20일에 이어 21일에도 세금 증액을 우려하며 건보개혁에 반대하는 수천 명이 '법안 폐기(kill the bill)'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지만 건보확대라는 시대적 소명을 거스를 수는 없었습니다. 미국은 정치 경제 군사 등 모든 분야에서 선진국이지만 의료복지 분야에서만은 예외입니다. 정부가 건강보험을 제공하는 다른 선진국과는 달리 미국은 민간보험회사가 보험혜택을 제공합니다.

세금으로 운영되는 메디케어가 65세 이상 노인의 의료비를 제공해주고 메디케이드는 극빈층의 의료비를 일부 보장해 주지만 민간보험에 가입할 수 없는 상당수 국민이 그저 아프지 않기를 기도하며 살 수밖에 없습니다. 세계보건기구가 미국 의료체계의 경쟁력을 37위로 평가한 것은 무리가 아닙니다.

건보 통과의 최대 공로자는 물론 오바마 대통령일 것입니다. 그는 숱한 비판과 난관에도 불구하고 끈질긴 설득리더십을 발휘해 법안 통과를 성사시켰습니다. 아울러 아무리 찬반여론이 갈린다 해도 문제를 의회 내에서 해결하는 미국의 대의민주주의 전통도 칭찬받아야 합니다. 세종시, 4대강 문제 등에 국론이 분열되어도 국회가 제 기능을 못하는 우리에게 미 건보개혁의 성공은 많은 시사점을 던지고 있습니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