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용인시 기흥구 상갈동 백남준아트센터의 올해 첫 전시 ‘랜덤 액세스(Random Access)’전에서 만난 작품이다. 에릭 안데르시 컬렉션 등에서 구입한 신소장품과 더불어 전면 개편한 1층 상설전. 백남준의 6개 작품과 브루스 나우먼, 아라키 노부요시, 장영헤중공업 최태윤 양아치 등 국내외 작가의 작업을 연계해 구성한 2층 기획전을 아우른 전시다.
뜻밖의 만남, 임의적 접속을 의미하는 ‘랜덤 액세스’는 1963년 독일 부퍼탈에서 열린 백남준의 첫 번째 개인전에서 등장한 작품의 제목. 우리의 삶을 지배하는 우연과 비결정성, 관람객과의 상호작용과 참여 등 백남준이 추구한 작품의 핵심가치를 상징하는 표현이기도 하다. 이 개념을 우직하게 파고든 전시는 미술관이 축적한 내공을 보여주는 풍성한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소장품을 소개하는 박제된 전시가 아니라 현대적 해석과 담론을 이끌어내기 위한 시도란 점에서 주목에 값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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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소장품 중에선 백남준이 1989년 제작한 ‘비디오 상들리에’를 비롯해, ‘달에 사는 토끼’과 다양한 드로잉을 볼 수 있다. 젊은 작가들과 어우러진 그의 작품은 새로움에 무뎌진 오늘의 관객에게도 경이와 감각적 체험을 안겨준다. 독창성과 사유의 깊이, 상상력에 있어 늘 새롭게 해석될 수 있는 대가. 역시, 백남준이다.
전시는 5월 9일까지. 031-201-8571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