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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도 다함께]국내 결혼이민자 13만여 명 어떻게 살고 있나

입력 | 2010-03-18 03:00:00

한국생활 만족도 높지만… 가구소득 적고 차별경험 여전




《한국인과 결혼한 다문화 가정 배우자의 절반 이상이 결혼생활에 만족하고, 다른 가족이 한국인과 결혼하는 것도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가족부는 17일 다문화가정의 한국에 대한 인식, 소득 수준, 차별 경험 여부 등을 담은 ‘전국 다문화가족실태조사’를 발표했다. 그동안 행정안전부 여성부 등이 다문화가정을 표본조사한 적은 있었지만 이번처럼 전국적 전수조사는 처음이다. 이 조사는 지난해 7∼10월 다문화센터 직원들이 소재가 확인된 13만여 가구의 다문화가정을 직접 방문해 10개 언어로 된 설문지를 나눠준 뒤 이 중 7만3000여 가구로부터 받은 답변을 집계한 것이다.》

[삶 만족도] 74%가 “배우자에 만족”… 국내커플의 65%보다 높아

최근 큰 인기를 끈 송강호, 강동원 주연의 영화 ‘의형제’에선 한국인 남편의 폭력 등을 피해 가출한 베트남 여성들이 나오는 등 한국인 남편의 이미지는 부정적으로 그려졌다.

하지만 이번 조사 결과 다문화가정을 이룬 외국인 배우자의 ‘삶의 만족도’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결혼이민자의 57%, 남성 결혼이민자의 53.8%가 ‘한국에서의 삶에 만족한다’고 대답했다. 불만을 느끼는 경우는 여성 6.7%, 남성 8.3%였다. ‘모국 가족이 한국인과 결혼한다면 적극적으로 찬성하겠다’고 답한 사람은 여성이 46.2%, 남성이 54.5%였다. 반대하겠다는 응답은 여성 15.3%, 남성 8.8%에 불과했다.

출신국별로 보면 북미, 호주, 서유럽, 캄보디아, 태국, 베트남 출신 결혼이민자의 만족도가 높았던 반면에 일본인 결혼이민자의 만족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졌다.

가족 관계에 대한 만족도도 높았다. ‘배우자에 대해 만족한다’고 대답한 결혼이민자는 74.8%, ‘자녀에 대해 만족한다’는 대답도 88.1%에 이르렀다. 2008년 사회통계조사에서 한국인끼리의 결혼 만족도를 조사한 것에 따르면 배우자에 대한 만족도는 65.7%, 자식에 대한 만족도는 72.7%로 다문화가정 이민자들보다 낮았다.

시댁이나 처가에 갖고 있는 인상도 긍정적이었다. 결혼이민자가 배우자의 부모에게 느끼는 만족도는 64.8%, 배우자의 형제자매에 대한 만족도는 60.1%였다. 반면에 한국인 커플은 각각 52.4%, 43.8%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김이선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다문화인권센터장은 “동남아인은 모국에서 경제적으로 어렵고 취업 기회가 없는 경우가 많아 국제결혼 자체가 만족스러울 수 있다”고 말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동남아는 국제적으로도 행복지수가 높은 곳으로 이 지역 출신 배우자들은 동일한 상황에 대해 한국인보다 훨씬 긍정적으로 본다”라며 “다만 형편이 너무 어려운 사람들은 설문조사에 참여하기 힘들어 결과에 반영되지 않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차별 대우] 고학력자 많은 북미-서유럽 출신, 작은 차별에도 민감

만족도는 높은 편이지만 차별을 경험한 경우는 과거에 비해 늘었다. 여성 결혼이민자의 34.8%, 남성 결혼이민자의 52.8%가 ‘한국생활에서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차별 대우를 받아본 경험이 있다’고 대답했다. 2006년 여성가족부가 시행했던 조사에서는 여성의 29%, 남성의 44%가 차별을 경험했다고 대답했다.

결혼이민자의 출신국에 따라 차별을 느끼는 정도가 달랐다. 북미와 서유럽 국가 출신 결혼이민자가 40.8%, 중국동포(조선족)가 40.6%로 가장 많이 느낀다고 대답했다. 반면에 캄보디아 출신 결혼이민자는 24.8%만 차별을 느꼈다고 대답했다. 특히 2006년 조사에 비해 동남아 여성들의 차별 경험은 크게 줄어들었다. 필리핀 출신은 2006년 46%에서 이번에 29.1%로 줄었으며 베트남 출신도 40%에서 25%로 줄었다.

차별을 느낀 이유에는 차이가 있었다. 김승권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박사는 “선진국에서 온 결혼이민자들은 고학력자가 많아서, 한국인들이 차별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도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김 박사는 “중국동포의 경우 한국말도 잘하고 똑같은 일을 해도 월급이 적은 것에 큰 불만을 느낀다”며 “중국 한족 출신은 중국이 대국이라는 의식이 강한 사람들이 있어서 차별에 크게 반응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생활에서 결혼이민자들이 가장 힘들어하던 ‘외로움’은 상당히 완화됐다. 2006년 여성가족부 조사에 따르면 여성 결혼이민자는 외로움(23.3%), 문화차이(14.6%), 자녀문제(13.8%), 경제문제(12.1%), 언어문제(11.5%)를 어려운 문제라고 꼽았다. 이번 조사에서 여성은 한국생활에서 가장 힘든 점으로 언어문제(22.5%), 경제문제(21.1%), 자녀문제(14.2%)를 주로 꼽았다. 남성은 경제문제(29.5%), 언어문제(13.6%), 편견(9.4%)을 우선순위로 꼽았다.

[가구 소득] 月평균수입 100만… 200만원이 38%로 가장 많아

다문화가정의 수입은 평균 200만 원이 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월평균 가구소득은 100만∼200만 원이 38.4%로 가장 많았고, 100만 원 미만도 21.3%로 가구소득이 전반적으로 낮았다. 월 소득 100만 원 미만인 저소득층은 출신국별로 필리핀(28.7%), 중국 조선족(24.7%), 캄보디아(23.7%), 베트남(22.5%), 태국(21.1%) 순이었다. 고소득층인 500만 원 이상은 2.1%에 불과했다.

현재 여성 결혼이민자의 37%, 남성 결혼이민자의 74%가 취업하고 있다. 서비스직이 29.4%, 기타 단순 노무자가 18.6%였으며 평균 임금은 108만 원이었다. 전문직 종사는 13.6%에 그쳤다.

어려운 경제 상황 때문에 지난 1년간 사회보험료 미납, 전기·수도요금 체납, 생활자금 대출, 병원 치료 중단 등을 한 가지 이상 경험한 다문화가정은 30%에 달했다.

자녀 양육에 필요한 경제적 능력 부족 등으로 다문화가정의 자녀 수는 적은 편이다. 현재 자녀 수는 평균 0.9명이었으며 더 낳고 싶은 자녀 수는 평균 0.5명에 그쳤다. 이 때문에 다문화가정 결혼이민자들은 한국에서 좀 더 나은 직업을 갖고 싶어 한다. 한국에서 직업훈련에 참여한 경험률은 10.4%로 2006년 6.8%에 비해 늘었다. 또 ‘앞으로 참가하고 싶다’고 대답한 응답자도 72.8%로 매우 높았다. 직업훈련을 받고 싶은 분야로는 어학(35.25%), 컴퓨터 및 정보통신(15.2%), 음식(12.8%)이었다.

김 센터장은 “지금까지는 결혼 이주민을 복지의 대상, 수혜의 대상으로만 봤지만, 앞으로는 한국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그들 고유의 언어와 문화 능력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가족부는 앞으로 3년마다 다문화가정 실태조사를 실시해 다문화가정 정책에 적극적으로 반영할 계획이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 지역사회 활동은

동남아출신 여성 적극 참여… 중국동포는 끼리끼리 모여


다문화가정은 한국인 배우자의 친척이나 자녀 학교 학부모들과 어떻게 유대관계를 맺고 있을까. 중국동포, 중국 한족, 일본인들이 긴밀한 관계를 맺을 것 같지만 오히려 동남아 출신들이 더 빈번히 교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동포 출신 결혼이민자 중 ‘배우자의 가족이나 친척을 한 달에 한두 번 만난다’고 대답한 경우는 20.8%, ‘1주일에 한 번 이상 만난다’는 6.7%에 그쳤다. 중국 한족 출신 역시 각각 22.3%와 8.4%였으며 일본은 23%와 6.9%였다.

반면 필리핀 출신 여성은 ‘한 달에 한두 번 만난다’와 ‘1주일에 한 번 이상 만난다’가 36.4%, 19.5%로 한국인 친척들과 꾸준히 교류했다.

중국동포는 지역사회 모임에도 거의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성미 보건복지가족부 다문화가족 과장은 “동포 중에 퇴근시간이 늦은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아서 지역모임에 참석할 시간을 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베트남 여성의 경우엔 학부모 모임에 참석하는 비율이 2006년 조사에선 9.8%였지만 이번엔 26%까지 올라갔다.

김승권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박사는 “국내에 들어온 중국동포는 그 수가 많기 때문에 그들만의 모임과 네트워크를 만드는 경우가 많다”며 “그런 끈끈한 관계를 만들기 어려운 동남아 출신 결혼이민자들이 지역모임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한다”고 분석했다.

한편 중국동포들은 ‘한국인과 달리 차별을 받는 것 같다’고 느끼는 비율도 매우 컸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나는 한국인인데 왜 차별을 받아야 하는가 하는 억울함을 크게 느낀다”며 “한국에서 사는 심리적 만족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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