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이란?:
상장은 되어있지만 사업내용 없는 회사
증권사의 ‘중매’통해 미래 가능성 있는 회사 인수합병 노려
개미들도 투자 가능
자본금 규모-경영진의 M&A 내공을 잘 살펴라
[A] 증시에 상장돼 거래가 되는 기업인데 사업내용이 없는 껍데기 회사라고 보면 된다.
[Q] 껍데기가 왜 인기가 많나.
[A] 지금 당장은 빈 회사이지만 미래 가능성이 있는 회사를 잘 골라서 M&A를 성사시키면 기업가치가 크게 뛸 수 있는 ‘한 방’이 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 1호 SPAC의 안재홍 사장은 이를 두고 중매쟁이에 비유했다. “빚도 없고 호적도 깨끗하고 돈만 있는 신랑(SPAC)이 미래 가능성이 있는 신부(비상장기업)를 찾으려는 것이 SPAC의 활동”이라는 것. 증권사들은 그런 신랑과 신부를 맺어주는 중매쟁이라는 말이다. SPAC 제도가 정착되면 SPAC이 여러 기업을 M&A 할 수 있는 길이 터질지 모르나 현재까지는 SPAC과 피인수회사는 1 대 1로만 합병할 수 있다.
그동안 개인투자자들이 M&A 시장에 참여할 기회는 우회상장이라는 통로밖에 없었다. 큰손들이야 M&A부티크에 돈을 투자하기도 했지만 소액투자자들은 그럴 기회가 없었던 것. 우회상장은 문제가 많았다. 안 사장의 비유대로 하자면 숨겨둔 빚 등 문제가 많은 신부(비상장기업)가 돈은 없고 간판(증시에 상장)만 있는 신랑(상장기업)을 찾아서 하는 결혼에 소액투자가들이 투자를 한 셈이었다. 증시에 상장된다는 건 매출 규정 등 복잡한 상장규정을 다 만족시킨다는 뜻인데 결혼으로 신부를 검증할 기회를 놓쳤고, 투자자들은 분식회계 등 의외의 복병을 만나 손해를 보기도 했다.
설립 1년내 M&A 성사 땐 소득-법인세… 10년 여유 갖고 기다려야 인수된 기업 충분히 성장+알짜 과실
[Q] 많은 증권사들이 SPAC의 조건과 값을 다르게 매기고 있다. 도대체 뭐를 보고 투자에 나서야 하나.
[A] 현재 증시에 상장된 두 SPAC을 비교하면 가장 이해하기 쉽겠다. 마침 두 SPAC은 상장 대상과 규모 면에서 독특한 차별성을 갖고 있다. 대우증권 1호 SPAC은 자본금이 76억 원에 공모금액이 875억 원이다.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됐기 때문에 M&A 대상 회사도 유가증권시장에 올라갈 회사다. 반면 미래에셋증권 1호 SPAC은 자본금이 15억 원에 공모금액은 200억 원이다. 덩치로는 4배 이상 차이가 난다. 또 미래에셋은 코스닥시장에 상장됐기 때문에 당연히 코스닥시장을 노리는 기업이 대상이다.
SPAC에 인수된다는 건 다면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비상장기업 가운데 혼자서도 상장규정을 통과할 만한 자신과 여력이 있다면 웬만하면 SPAC에 인수되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SPAC에 인수된다는 뜻은 대주주의 지분이 그만큼 낮아진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SPAC들은 좋은 회사이지만 단독 상장할 만큼은 좋지 않은 회사를 먼저 찾아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SPAC을 구성하는 경영진이 얼마나 M&A 시장에서 네트워크가 많고 잔뼈가 굵었는지를 판단하는 것도 투자할 SPAC을 고르는 요령이다. 국내 M&A 역사가 일천하기 때문에 증권가에서는 전문가 모시기 경쟁이 불붙었다. 신문기사 등을 통해 경영진의 스펙(spec)을 찬찬히 살펴봐야 한다.
주당 공모가격은 큰 차이가 없다. 어떤 증권사는 액면가 100원짜리를 6000원에 공모했다가 투자자들의 지탄을 받았는데 이는 내용을 모르고 퍼부은 비난. 증권사와 경영진으로 구성된 발기인들이 처음에 자본금을 투자하는데 공모가는 통상 발기인들이 주당 투자한 금액의 3∼3.5배 선에서 결정된다. 위 증권사도 발기인들이 액면가와 상관없이 2000원에 투자했기 때문에 다른 증권사들과 차이가 없다.
[Q] 많은 기사에서 SPAC에 투자하면 1년 정도는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왜 그런가.
[A] SPAC은 상장된 이후 언제든 M&A를 할 수 있다. 하지만 회사가 설립된 지 1년 안에 합병을 하면 차익에 대해 소득세, 법인세를 내야 한다. 따라서 SPAC 설립 이후 1년간은 합병을 하려 들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얼마 전 상장된 두 SPAC이 상장되자마자 주가가 오른 것은 그런 점에서 코미디다. 많은 투자자들이 일반 공모기업 투자를 생각해서 상장 초기에 값이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서로 사고판 것으로 보이는데 곧 공모가 근처에서 값이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
1년 뒤 인수합병 소식이 들리면 시세가 분출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진짜 M&A 시장에 관심이 있는 투자자라면 피인수된 기업이 상장된 이후 기업이 커 나가면서 그 과실을 나눠먹을 것을 기대하는 게 바람직하다. 따라서 SPAC 투자는 10년을 내다보고 하겠다는 태도가 좋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