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가 차기 한국은행 총재로 내정됐습니다. 김 총재 내정자는 다음달 1일 취임해 4년 임기를 시작하게 됩니다. 김 내정자는 조세연구원 한국개발연구원(KDI) 같은 국책연구기관장을 거쳐 이명박 정부의 초대 경제수석비서관을 지냈습니다. 이론과 실무에 밝은 시장주의자라는 평을 받아 시장에선 일단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김 차기 총재에게 주어진 임무는 어느 때보다 막중합니다.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지속된 금융완화 정책의 출구전략 시점을 선택해야 합니다. 미국 중국 등 주요국들이 출구전략을 예고하고 있으나 언제 어떤 방식으로 구체화할지는 분명하지 않습니다. 올해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도 출구전략을 논의할 예정이지요. 섣부른 출구전략은 어렵게 살아난 경제를 다시 침체에 빠트릴 수도 있습니다. 한은 총재는 우리 경제사정에 따라 적절한 시기를 골라 시장에 주는 충격을 최소한으로 줄여야할 임무가 있습니다. 한은과 기획재정부가 시장에 상이한 신호를 보내 혼선을 빚는 일이 없도록 긴밀하게 조율할 때이기도 합니다. 김 내정자는 금리 인상과 관련해 “금통위원들과 협의해서 결정하겠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앙은행의 역할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은 물가관리만을 금과옥조로 삼는 과거의 중앙은행에 머물러서는 안 될 것입니다. 거시경제의 안정이나 금융시장의 안정성 확보가 중요한 과제로 등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 내정자는 한은이 종래의 구태에서 벗어나 새로운 역할을 정립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한은총재로서 경제정책 전반의 선순환을 염두에 두고 유연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