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재정효율성 OECD 최하위권8년간 SOC 130조 투입… 보건 효율성은 1위■ 조세연구원 보고서
정부가 2000년 이후 8년간 도로 항만 등 사회간접자본(SOC)에 130조 원이 넘는 돈을 쏟아부었지만 SOC 재정투자의 효율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동유럽 2개국을 빼고는 최하위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차량 통행이 뜸한 곳에 도로를 깔고 멀쩡한 보도블록을 교체하는 등 경기부양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나랏돈을 함부로 쓴 결과다.
국책연구기관인 조세연구원은 4일 이런 내용을 담은 ‘정부 지출의 효율성 측정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내놓았다. SOC, 환경보호, 공공질서와 안전, 보건, 복지, 교육, 공공행정, 연구개발 등 8개 분야에 나랏돈을 투입해 얼마나 정책 목표에 맞는 성과를 냈는지 따져본 것이다. 그동안 재정이 엉뚱한 데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은 많았지만 이를 수치화한 것은 처음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00∼2007년 정부가 도로 철도 항만 해운 산업단지 건설에 투입한 돈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5.6%로 비교 가능한 28개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국민 1인당 SOC 지출 금액은 평균 1086달러로 OECD 평균 지출액보다 258달러 많았다.
환경보호에 쓴 나랏돈의 규모는 비교 대상인 25개 OECD 국가 중 8위로 상위권이었지만 이산화탄소 배출량 등을 감안한 이 분야 재정지출의 효율성 점수는 4.19점으로 16위였다. 특히 수질오염 개선은 다른 나라에 비해 거의 성과를 내지 못했다.
국민을 범죄와 재난에서 보호하기 위한 공공질서 및 안전 관련 재정의 효율성은 OECD 평균인 5점에 못 미치는 4.69점으로 환경 분야와 같은 16위에 올랐다. 한국은 2000년대 들어 국민 1인당 치안 관련 지출액이 264달러로 다른 나라 평균의 60%에 불과해 범죄나 사고 예방시설을 충분히 갖추지 못한 상태다.
이와 달리 건강보험을 중심으로 한 보건 분야에 들인 재정의 효율성은 10점으로 전체 1위였다. 공공의료 서비스의 완성도가 다른 나라보다 월등히 높다는 뜻이다. 교육 재정은 6.72점을 받아 효율성 면에서 전체 3위였다.
안종범 성균관대 경제학부 교수는 “재정사업을 벌이기 전 단계의 타당성 조사와 사업 집행 후의 성과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국회 예산결산심의위원회를 상시기구로 바꿔 예산집행을 꾸준히 감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