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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70대에 눈뜬 늦깍이 예술혼 佛 루이스 부르주아 개인전

입력 | 2010-03-05 03:00:00


한국 나이로 헤아리면 올해 100세를 맞는다. 프랑스 태생 여성 조각가 루이스 부르주아(99). 1938년 미술사학자 로버트 골드워터와 결혼한 뒤 미국으로 이주한 그는 칠순을 넘겨서 새롭게 주목받는다. 1982년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MoMA)이 여성작가 최초로 그의 회고전을 마련한 것이 계기였다. 1999년 88세의 나이로 베니스비엔날레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았고 미국 프랑스 일본에서 줄줄이 훈장과 상을 수상하면서 20세기의 주요 작가로 떠오른다.

“예술의 목적은 두려움을 정복하기 위한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렇게 말한 부르주아에게 삶과 예술은 분리할 수 없다. 어린 시절 겪은 아버지의 불륜에 대한 적개심, 일찍 세상을 뜬 어머니에 대한 진한 그리움. 이런 아픔을 바탕으로 그는 모성, 몸과 내면의 영역, 남녀의 양면성 등 개인적 주제를 작품으로 형상화한다. 추상에 가까운 조각부터 손바느질한 천으로 만든 조각, 드로잉과 설치 작업 등 장르와 소재를 넘나들며 실험과 도전을 거듭한 작가. 그가 어미와 아기 거미를 거대한 청동 조각으로 표현한 ‘마망’은 리움미술관 등에 소장돼 국내 미술 애호가들에게도 친숙하다.

31일까지 서울 종로구 소격동 국제갤러리 신관에서 열리는 ‘Les Fleurs’(꽃)전은 고령의 나이에도 열정적 작업을 펼치는 그의 근작을 만나는 자리다. 이 갤러리가 여는 부르주아의 네 번째 개인전으로 2007∼2009년 드로잉과 조각 등 27점을 전시 중이다.

드로잉에선 붉은색이 두드러진다. 주제는 꽃과 모성. 태아가 보이는 둥근 배를 가진 엄마, 아기를 팔에 안고 있는 엄마(사진)가 정겹고 꽃은 화려하고 요염하다. 전시장 2층의 드로잉에는 작가의 가족 수와 일치하는 다섯 꽃송이가 보인다.

“꽃은 나에게 있어 보내지 못하는 편지와도 같다. 이는 아버지의 부정을 용서해 주고 어머니가 날 버린 것을 용서해 준다.”

페미니즘 작가로 한때 도발적이고 파격적 작업을 선보였던 작가는 이제 상처와 치유를 응시하고 있다. 02-733-8449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