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지진대응 능력 취약“수도권 6.3규모 지진 발생땐 건물 1470채 붕괴 1100명 사망”
칠레 강진은 올해 1월 아이티 지진보다 강도가 500∼800배 컸음에도 사망자가 700여 명으로 아이티 사망자 23만 명보다 훨씬 적었다. 세계 지진 전문가들은 “지진 재난에 따른 사망자는 대부분 지진의 충격 때문이 아니라 건물 붕괴나 화재 등 2차 피해로 발생한다”며 “칠레가 건물 내진설계 등 지진 대응 시스템에서 훨씬 앞서 있기 때문에 피해 규모가 차이를 보이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우리나라의 지진 대응능력은 과연 어떨까. 동아일보가 1일 국내 지진 및 방재 전문가 6명을 대상으로 취재한 결과 “건물의 내진설계와 사회적인 대응 시스템에 취약점이 상당히 많다”는 답변이 대부분이었다. 아직은 큰 지진이 일어나지 않았지만 유사시엔 큰 피해가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우선 내진설계 비율이 건축물 10곳 중 2곳도 안 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나타났다. 소방방재청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전국 건물 가운데 내진설계를 적용한 곳은 18.1%뿐이다. 서울 시내 건물과 1∼4호선 지하철 구간의 내진설계율은 각각 9.8%, 11.0%에 그쳤다. 정길호 소방방재청 연구관은 “리히터 규모 6.3의 지진이 수도권에서 발생하는 것을 가정해 분석해 보니 건물 1470채가 무너지고 1100여 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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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석 기자 nex@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