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파 쏘면 전자제어 엔진 멈춰… 국내 연구진 6개월 내 실용화 계획
#사례2: 은행에서 돈을 훔쳐 자동차를 타고 달아나던 강도 B 씨. 갑자기 “텅” 하는 소리를 내며 자동차 엔진이 꺼졌다. 다시 시동을 걸어봤지만 묵묵부답. 어쩔 수 없이 밖으로 나오려 했지만 이미 문 밖에는 경찰 한 사람이 수갑을 흔들며 서 있었다.
이 같은 가상 상황은 몇 년 안에 현실이 될 수 있다. 현재 개발되고 있는 경찰용 전자총이 실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전자총은 눈에 보이지 않는 전자파(EMP)를 쏴서 자동차나 오토바이 엔진을 단숨에 정지시킬 수 있다. 폭주족이나 범죄자 단속 등에 유용하게 쓰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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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운대 최은하 교수 연구실에 있는 전자파(EMP) 발생장치 ‘천둥’(위쪽). 이 장치의 출력을 1000분의 1로 축소하면 교통단속용 전자총(아래쪽)이 된다. 전자총은 운전자나 승객에게 해를 주지 않고 도주하는 자동차나 오토바이를 정지시킬 수 있다. 사진 제공 광운대
이 같은 전자총은 캐나다의 ‘유레카 에어로스페이스’사가 올해 초 세계에서 처음으로 개발했다. 공식 이름은 ‘고전압 전자기장 시스템(HPEMS)’이다. 이 회사는 지난달 헬리콥터에 대형 전자총을 싣고 지상에서 달리는 자동차를 정지시키는 모습을 선보였다.
국내에서도 최은하 광운대 전자물리학과 교수팀이 전자총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최 교수는 “이미 컴퓨터 모니터나 발광다이오드(LED) 전구 등 작은 전자제품의 동작을 중단시키는 실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최 교수는 “6개월 안에 사람이 들고 다닐 수 있는 크기의 전자총을 개발할 계획”이라며 “1개에 1000만∼2000만 원에 보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소총만 한 전자총 조준사격도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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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P폭탄은 1970년대 구소련에서 처음 개발됐으며 지금은 미국이 가장 앞서 있다. 2003년 이라크전 등에서 EMP폭탄을 사용해온 미국은 현재 피해반경이 7km에 이르는 EMP폭탄을 개발하고 있다. 스웨덴과 중국, 일본 등 일부 국가만 EMP폭탄 기술을 갖고 있다.
최 교수는 2007년 군용 폭탄의 출력을 낮추면 범죄자나 테러범을 잡는 데도 쓸 수 있겠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최 교수가 사용하던 EMP 발생장치 ‘천둥’의 순간 최대 출력은 약 50만 V다. 연구팀은 연구 결과 이 출력을 1000분의 1까지 줄이면 오토바이 엔진 등을 정지시킬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출력이 너무 높으면 전자회로가 모두 타버린다”며 “자동차나 오토바이용 엔진을 정지시키되 회로는 망가지지 않도록 출력을 정확히 조절하는 것이 까다롭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전자총은 범죄 차량만을 선택해 조준한 뒤 사격할 수 있다”며 “돌진해 오는 자살폭탄 테러 차량을 멈추게 하는 데도 쓸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
▼동영상 출처: 광운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