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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여왕 김연아가 있는 곳엔 브라이언 오서 코치가 있다. 우리 나이로는 쉰(1961년생)이니, 김 선수에겐 아버지뻘이다. 소년 시절 아이스하키를 하다 피겨로 전환해 캐나다선수권을 8번, 세계선수권(1987년)을 1번 차지했다. 1979년 주니어 선수 중에선 세계 최초로, 시니어를 포함하면 세계 두 번째로 트리플 악셀을 성공시켜, ‘미스터 트리플 악셀’이란 별명을 얻었다. 2009년엔 세계피겨스케이팅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그에게도 뼈아픈 패배가 두 번이나 있었다. 1988년 캐나다 캘거리 겨울올림픽때 트리플 플립에서 실수를 하면서 이름이 같은 브라이언 보이타노에게 0.1점 차로 패배해 은메달에 그쳤다. 스포츠 매체들은 이들의 메달 경쟁을 브라이언의 전쟁이라고 불렀다. 그 뒤로 오서에게 트리플 플립은 늘 악몽처럼 따라다녔다. 1984년 사라예보 겨울올림픽에서도 스콧 해밀턴에게 아쉽게 패배해 은메달에 머물렀다.
▷김연아가 우승하더라도 금메달은 오서의 것이 아니라 김연아의 것이다. 그러나 연아가 우승하면 선수 때의 아픔을 다소 보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오서는 말한다. 그는 선수가 느끼는 압박감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캐나다는 1976년 몬트리올 여름올림픽에서도 금메달을 하나도 따지 못했다. 1988년 캘거리 겨울올림픽에서 그가 금메달을 못 따면 캐나다는 두 번씩이나 올림픽을 개최하면서도 금메달을 하나도 못 딴 유일한 국가가 될 판이었다. 결과적으로 이 압박감이 그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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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논설위원 h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