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국제적인 스포츠 대회가 열린 해와 증시의 상관관계를 살펴보면 투자자 편에서는 마냥 들뜬 기분을 만끽할 수만은 없다. 과거 10년 동안 올림픽이나 월드컵이 열린 해와 증시는 별로 궁합이 맞지 않았던 탓이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은 ‘닷컴버블’이 붕괴된 해였고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온 국민이 4강 진출의 환희를 맛보는 동안에도 증시는 내리막길을 걸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때도 증시는 저조했고 2006년 독일 월드컵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어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이후 금융위기가 터져 지금까지 고생하고 있다. 증시에서도 소위 ‘짝수 해 징크스’를 거론하는데 묘하게도 국제적인 스포츠 행사가 짝수 해에 치러지게 돼 있는 것이 어쩌면 악연 같기도 하다. 특히 올해는 겨울올림픽과 월드컵이 동시에 열리는 터라 행여 증시가 두 배로 애를 먹이지나 않을지 걱정이 앞선다.
큰 스포츠 행사를 주최한 국가의 증시도 대부분 좋지 않았다. 아마 스포츠 행사를 위해 과잉투자를 한 부작용이 일정 부분 있을 것이고 국민들이 스포츠 대회를 보느라고 본업에 잠시 소홀해 노동생산성이 떨어지는 영향도 없지 않을 것이다. 큰 축제 이후 며칠 동안은 후유증으로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만큼 노동의 집중도가 일주일만 떨어져도 나라 전체로 보면 적지 않은 피해가 미친다.
겨울올림픽이란 축제의 즐거움을 증시와 연계하려다 보니 ‘하필왈리(何必曰利·굳이 이익만 따지느냐)’라는 맹자의 말씀이 떠올라 별로 내키지는 않지만 투자는 기분과 분리해야 한다. 올해만은 ‘스포츠 해 징크스’가 깨지기를 희망해 본다.
이상진 신영자산운용 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