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 업자, 유령회사 차려 기업대출로 위장단순사고로 내사종결… 명의 대여자 고발로 들통
유령회사를 차린 뒤 전현직 은행 지점장 등을 동원해 200억 원대 대출사기를 벌인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서부경찰서는 A은행 사당역 지점에서 200억 원대 부정대출을 받아 가로챈 인테리어업자 정모 씨(50) 등 16명을 횡령, 배임, 사문서위조 등의 혐의로 입건하고 정 씨와 전현직 지점장 등 1,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대규모 펜션단지 조성을 계획하고 있던 정 씨는 거액의 자금이 필요하자 자신의 개인대출로는 한계가 있어 가짜 기업을 만들어 기업대출을 받기로 했다. 기업대출을 이용하면 개인대출보다 돈의 용처에 대해 의심을 덜 받을 뿐만 아니라 대출한도를 10∼20% 늘릴 수 있기 때문. 정 씨는 친인척과 지인의 명의를 빌리고 문서를 위조해 ‘D건설’, ‘S이노베이션’ 등의 유령회사를 만들었다.
은행의 기업대출 심사를 거쳐야 했지만 전직 지점장 출신이 도와줘 무난히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이 은행 지점장을 지낸 B 씨는 각종 문서위조 등 기업대출로 위장하는 요령을 알려주는 것은 물론이고 중개인 역할을 자처하며 현직 지점장(2008년 당시)까지 소개해 줬다. 정 씨는 명의를 빌려줄 사람을 구한 뒤 은행을 찾아가 현직 지점장을 만나기만 하면 됐다. 2007년부터 2008년까지 정 씨는 이 같은 방법으로 수차례에 걸쳐 손쉽게 200억 원대의 거액을 대출한 뒤 대부분을 개인적인 용도로 쓰고 일부는 전현직 지점장과 명의대여자 등에게 나눠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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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힐 뻔했던 사건은 지난해 말 정 씨에게 명의를 빌려줬다가 신용불량자가 된 관련자가 서울 서부경찰서에 정 씨를 고발하면서 다시 불거졌다. 경찰은 두 달여의 조사 끝에 대출사기 전모를 밝혀냈다. 19일 사건을 검찰에 송치한 경찰은 정 씨와 전현직 지점장 사이에 얼마의 돈이 오갔는지 수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A은행은 “나름대로 조사를 거쳐 충분한 징계를 내렸으며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김철중 기자 tn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