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선수 뽑듯 선발과정 투명해야
스포츠에선 승자와 패자가 분명하다. 불꽃 튀는 레이스는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드물게 스케이트 날 차이로도 승부가 갈린다. 패자에겐 잔인하다. 그러나 그것도 실력이다. 스포츠에 열광하는 것은 군더더기가 없는 이런 명징함 때문이리라. 스포츠 영웅들의 땀과 눈물, 부상과 좌절, 재기의 몸부림, 위대한 도전, 승리의 환호에 팬들은 울고 웃는다. 겨울올림픽을 비롯한 모든 스포츠는 어쩌면 인생의 축소판일지 모른다. 이것이 스포츠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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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둘 사이엔 넘기 힘든 차이가 있다. 무엇보다 스포츠는 구차하거나 음습하지 않다. 막후에서의 흥정이나 뒷거래가 없다. 정정당당하게 겨뤄 이긴 사람이 대표로 뽑힌다. 연습과 훈련을 통해 쌓은 실력이 중요하다. 선거에 출마할 후보를 뽑는 것이 공천이다. 각 당의 공천이 공명정대한가. 회의적이다. 대선과 총선에 비해 특히 역대 지방선거 후보 중에는 ‘어떻게 저런 사람을…’이라고 혹평할 수밖에 없는 엉터리도 많다.
올림픽 명승부를 보면 사람들은 감동을 받는다. 그러나 지방선거 결과에 감동했다는 사람은 없다. 먼저 선발 과정이 공천이란 말이 무색할 만큼 투명하지 않다. 실력자의 ‘사천(私薦)’인 경우도 많다. 레이스를 펼칠 때도 반칙과 흑색선전이 난무한다. 이렇게 혼탁하다 보니 민선 4기 기초단체장 230명 중 40%가 넘는 95명이 기소돼 이 중 37명이 중도 퇴진했다. 선거 때 혹은 임기 도중 검은돈을 주고받고 잇속을 챙긴 사람이 대부분이다. 썩는 냄새가 풀풀 난다. 어떤 단체장은 인사비리를 저지르고도 청사는 호화판으로 지었다가 개선 명령을 받게 됐다. 이래저래 아까운 세금만 왕창 날릴 판이다. 이러니 지역주민들이 선거에 감동을 받기는커녕 외면해버리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지금처럼 좋은 자치단체장이 절실한 때도 없다. 하지만 그런 사람을 뽑기가 너무도 힘들다. 선거 후보를 올림픽 대표선수 뽑듯 투명하게 할 방도는 없는 걸까. 우리 조상들은 삼국시대 때부터 공천과 유사한 ‘천거(薦擧)제’를 시행했다. 고려 인종은 부적격자를 추천한 관리를 처벌하는 법까지 시행했다(1127년). 조선 개국 이후 경국대전 편찬 때 이 제도는 더욱 체계화됐다.
고려 때는 부적격자 추천 처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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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훈 편집국 부국장 tao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