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日 시즈오카 농장 가보니농사도 예술처럼… 유리온실서 한그루에 열매 한개만 재배명품 인정 소비문화도 한몫… 롯데百 4월에 상설코너 열기로
18일 일본 시즈오카 현 농림기술연구소의 한 연구원이 멜론의 생육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오른쪽은 19일 도쿄의 고급 과일가게인 셈비키야에 진열돼 있던 2만1000엔(약 26만 원)짜리 시즈오카 멜론. 하마마쓰·도쿄=김선미 기자
18일 일본 시즈오카(靜岡) 현 하마마쓰(浜松) 시의 한 멜론 농가. 주인 스기야마 사토루 씨(44)가 잘라 내놓은 과일의 속살은 연한 레몬 빛이었다. 촉촉한 윤기가 흐르는 한 조각을 입 안에 넣으니 단맛이 났다. 세계 최고급 과일로 통하는 시즈오카 멜론이다.
시즈오카 멜론은 최상급인 ‘후지(富士)’부터 ‘야마(山)’ ‘시로(白)’ ‘유키(雪)’까지 있는데 기자가 맛본 멜론은 최상급인 후지로 이 지역 멜론 생산량 중 0.5%밖에 안 된다. 귀한 만큼 가격도 ‘금값’이어서 개당 38만 원 이상이다. 일본 고급 과일회사 ‘셈비키야’의 도쿄 니혼바시(日本橋)점은 야마급을 개당 2만1000엔(약 26만 원)에 팔고 있다. 시즈오카 멜론은 어떻게 값비싼 명품 대접을 받게 됐을까.
○ ‘귀족의 과일’이 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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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과 ‘루이뷔통’ 등 럭셔리 브랜드의 ‘귀족 마케팅’도 가동했다. 최고급 상점과 백화점에만 납품하는 신비주의 전략이었다. 일본 상류층 사이에서 품격 있는 선물로 통하면서 1980년대 일본 버블 경제 시절 시즈오카 멜론은 정말 잘나갔다. 예나 지금이나 시즈오카 멜론은 일본에서도 아무나 쉽게 먹는 과일이 아니다. 귀족들이 다니는 가쿠슈인(學習院)대 부속 유치원과 부설 중고교를 마치고 도쿄대를 나온, 기업체 회장 가족 등이 즐겨 찾는다. 최근 일본의 나라 살림이 어려워져 판매가 예전만 못하지만, 오일머니를 쥔 중동의 부호들이 찾게 되면서 수출이 활기를 띠게 됐다.
시즈오카 멜론은 등급이 높을수록 모양이 원형에 가깝고 표면은 우윳빛이며, 그물코의 두께와 간격은 고르다. 1.3∼1.5kg 중량으로 당도 13∼16브릭스(Brix)가 최상품이다.
○ 장인정신으로 만드는 멜론
22일 현재 롯데마트는 전남 나주산 멜론을 2만 원(중량 1.5kg의 고급품 기준)에 판다. 도쿄 셈비키야에서 시즈오카 멜론은 26만 원이다. 왜 이렇게 차이가 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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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배 방법도 과학적이다. 25일간 모종을 길러 지면에서 20cm 정도 떨어진 ‘격리 침대’란 토양에서 다시 25일간 육성하면 노란색 꽃이 핀다. 이때부터 멜론이 열려 정확히 50일 후 수확한다. 과감한 선택과 집중도 품질을 높였다. 멜론이 적당한 수분과 양분을 흡수하도록 한 그루에서 단 하나의 멜론만 키운다.
연간 113억 엔어치(약 1423억 원·지난해 기준)의 멜론을 생산하는 시즈오카 현 내 700여 개 멜론 농가는 스스로를 장인이라고 여긴다. 온도와 수분 관리를 ‘명인의 재주’에 비유하며 밤낮으로 생육 상황을 살핀다. 멜론의 네 가지 등급 이름도 일본의 자존심인 ‘후지 산의 흰 눈’에서 따온 것이다.
○ 명품 과일을 받아들이는 사회
셈비키야는 일본에서 가장 비싼 과일을 파는 회사로 통한다. 셈비키야 도쿄 니혼바시점은 최고급 과일을 팔면서 먹는 방법도 함께 소개한다. 시즈오카 멜론에 대한 작은 설명서엔 ‘상온에서 보관해 먹기 전에 냉장고에서 2∼3시간 차갑게 해 드세요’라고 쓰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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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마쓰·도쿄=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