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 자리싸움 힘에서 밀려빙속 스타트는 세계 정상급
같은 500m. 하지만 명암은 극명하게 갈렸다.
쇼트트랙 여자 대표팀은 이번에도 500m 징크스를 깨지 못했다. 쇼트트랙이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1992년 알베르빌 대회 이후 500m에선 ‘노 골드’다. 남자도 비슷하다. 채지훈이 1994년 릴레함메르 대회 때 500m 금메달을 땄지만 이후엔 소식이 없다.
하지만 스피드스케이팅은 다르다. 세계 최초로 한 대회에서 모태범과 이상화가 500m 금메달을 휩쓸었다. 단거리에서 한국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에 올랐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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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쇼트트랙에선 언제나 초반이 문제였다. 김기훈 쇼트트랙 대표팀 감독은 “스타트 반응 속도에선 우리 선수들이 크게 밀리진 않는다. 하지만 힘이 좋은 외국 선수들과 초반 자리싸움을 하는 과정에서 자주 밀린다”고 말했다.
‘선택과 집중’의 결과라는 지적도 있다. 윤의중 전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 감독은 “보통 힘이 좋고 폭발적인 순발력을 지닌 선수는 처음부터 스피드스케이팅으로, 경기 운영능력이 좋고 유연함이 돋보이는 선수는 쇼트트랙으로 추천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훈련 시스템도 한 이유다. 쇼트트랙은 힘 조절을 하며 전략적으로 순위 싸움을 펼치는 종목. 그러다보니 트랙을 천천히 돌면서 지구력을 향상시키거나 추월 등 기술적인 부분을 가다듬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이순호 체육과학연구원 박사는 “이렇게 훈련하다보면 단거리에 적합한 선수도 중장거리 형으로 바뀌게 된다”고 강조했다. 또 “곡선주로가 긴 쇼트트랙에선 많이 돌수록 코너링이 좋은 한국 선수들에게 많은 기회가 생긴다”며 “중장거리에 저변이 집중돼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보통 한 종목에 특화된 선수를 키우는 다른 국가들과 달리 ‘만능형 선수’를 선호하는 국내 쇼트트랙 풍토도 단거리 전문 선수가 드문 이유로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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