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 중국 인도는 이런 흐름을 간파하고 R&D센터 유치 경쟁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사후관리에도 심혈을 기울여 몇몇 동유럽 센터는 자회사의 진화(Subsidiary Evolution)라고 부를 정도로 해당 기업 본사의 연구 성과를 뛰어넘는 놀라운 결실을 보고 있다. 본연의 혁신 기능보다 내수시장 개척, 역외 생산기지 등 단순 역할에 그치거나 아예 철수하는 한국 상황과는 사뭇 다르다.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인프라면에서는 우리도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갖고 있지만 몇 가지 취약점을 시정하지 않고는 R&D센터 유치전쟁에서 승리하기 어렵다. 우선 R&D센터에 대한 개념부터 뜯어고쳐야 한다. R&D센터 유치는 공장을 짓고 수백 명을 고용하는 생산설비 투자와 근본부터 다르다. R&D센터는 말 그대로 해당 분야의 핵심 인재가 연구 활동을 하는 공간이다. 수천만 달러짜리 R&D센터를 욕심낸다면 현실과는 동떨어진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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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는 기술의 상용화까지 크게 보고 제반 여건을 열어 놓는 전략이다. 가장 중요한 변수는 자금이다. 벤처자본 투자은행 사모펀드를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사모펀드와 같이 공격적인 자본이 아니라면 누가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분야에 위험을 감수하겠는가.
마지막으로 R&D형 인재 육성이 근본이다.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하는 R&D에 암기, 주입식 교육 인재는 곤란하다. 연구센터가 이 땅에서 첨단 기술의 꽃을 피우려면 창의적 인재를 육성하는 교육이 뒷받침돼야 한다.
왜 한국에서는 구글이나 애플이 나오지 않는가. 곰곰이 따져보아야 한다.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가 이미 세계적인 기업이지만 시대를 선도하는 소프트웨어 중심의 창의적 기업과 인재 발굴을 위해서는 R&D 유치전략의 근본부터 되짚어봐야 한다.
김완순 고려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