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명규 빙상연맹 부회장스피드+쇼트트랙 ‘이종교배’코너워크 훈련 세계추세로
이승훈이 말한 동기는 남녀 500m 금메달리스트 모태범과 이상화다. 한국체대 07학번으로 3학년 동기다. 전 부회장은 한국체대 교수. 3명 모두 전 부회장의 제자다.
전 부회장은 한국 쇼트트랙의 대부다. 1987년 쇼트트랙 대표팀 감독을 맡아 세계 정상에 올려놓았다. 2002년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자리를 옮겨 이강석(의정부시청) 등을 키워냈다. 사실 이승훈의 은메달도 전 부회장이 만든 것이나 다름없다. 쇼트트랙 대표선발전에서 탈락한 이승훈을 눈여겨보던 전 부회장이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을 권유했다. 지구력이 강한 이승훈이 충분히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고 예상이 적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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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부회장은 제자들의 잇단 메달 소식에 기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제자들을 응원하느라 목이 쉰 전 부회장은 “내가 감독도 아닌데 내가 키운 것처럼 생각하면 곤란하다. 난 옆에서 측면 지원만 했을 뿐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스피드스케이팅 선수 출신 전 부회장이 양 종목을 넘나들며 실시한 ‘이종교배’가 없었다면 사상 첫 남녀 빙속 500m 동시 금메달이란 새 역사도 없었다는 게 빙상 관계자들의 평가다.
전 부회장은 최근 피겨스케이팅으로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피겨 선수들에게 기술을 전수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국제빙상경기연맹(ISU)에서 쌓아놓은 인맥을 활용해 ‘피겨 여왕’ 김연아(20·고려대) 등 한국 선수들을 지원하고 있다. “앞으로도 한국의 빙상 발전을 위해 선수들을 뒤에서 돕고 싶다”는 그는 이제 빙상의 대부로 통한다. 전 부회장의 끊임없는 퓨전(융합) 시도가 한국 빙상을 세계 최강으로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밴쿠버=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