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원도 없다더니 “黨에 전액입금” 돈이 개인계좌로민노당, 전교조-전공노 당원가입 수사 ‘해명’ 안되는 해명압수대상 하드디스크 반출“경찰이 방치한 것” 주장공무원 불법가입 언급 회피전교조 등 조사에서 묵비권
지난달 25일 경찰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과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 조합원들의 민주노동당 가입 의혹 수사에 들어가자 민노당은 “당원 가운데 전교조 전공노는 한 명도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곧 전교조 정진후 위원장이 3년간 당의 투표사이트에서 당원 신분으로 투표해왔음이 밝혀졌다. 민노당은 경찰의 수사상황 발표 때마다 조목조목 반박해왔지만 해명과 다른 객관적인 증거가 나타나자 계속 말을 바꿔왔다. 여기에 압수수색 대상인 하드디스크 무단 반출 등 증거인멸 행위까지 벌어졌다.
○ 1원도 빼돌린 적 없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민노당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미신고 계좌가 드러나자 오병윤 민노당 사무총장은 10일 “미신고 계좌는 착오로 선관위에 신고하지 않았을 뿐 오래전부터 사용하고 있는 당비 계좌”라며 “미등록 계좌에서 당의 공식 계좌로 1원도 틀림없이 입금됐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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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드디스크 빼돌린 게 아니다?
오 사무총장 등은 6일 민노당 서버가 있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 KT 인터넷데이터센터(IDC)에서 경찰의 압수수색 과정에 2개의 하드디스크를 무단 반출했다. 이 하드디스크에는 전교조, 전공노 조합원들의 당원가입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당비 납입 명세, 투표 기록 등 핵심 자료가 담겨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경찰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 전인 지난달 27일 서버에서 하드디스크 17개가 반출됐다.
경찰은 “증거인멸로 형사처벌 대상”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민노당은 “불법 반출이 아니다”라고 반박한다. 이정희 원내부대표는 11일 YTN 라디오에 출연해 “4일 저녁 서너 시간 동안 압수영장이 행사되는 장면을 지켜봤는데 경찰이 찾아낸 게 없었다. 경찰은 형사소송법상 ‘압수수색을 계속하려면 간수자를 현장에 두거나 봉인을 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음에도 활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이 방치해둔 것을 당의 재산권 행사 차원에서 서버 관리업체에 공문을 보내 디스크를 돌려받았다는 것. 하지만 법원은 하드디스크 반출 행위를 증거인멸죄에 해당한다고 보고 오 총장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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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당은 ‘공무원 정당가입’ 등 경찰 수사의 핵심 사안에 대해선 제대로 된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 부대표는 12일 CBS 라디오에서 “CMS 계좌를 미신고한 것은 전교조나 전공노처럼 신분 노출이 안 되는 당원을 위해서 아니었느냐”라는 질문에 “그랬으면 1998년부터 쓴 CMS를 썼겠느냐”고만 답하면서 오히려 ‘법 자체가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 부대표는 “공무원의 당원 가입을 불법으로 규정한 법을 바꿔야 하나”라는 질문에 “그렇다. 곧 이 안을 발의할 것”이라고 답했다. 2일부터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전교조, 전공노 조합원들은 아예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다.
민노당의 이 같은 대응은 수사대상인 전교조, 전공노와의 특별한 관계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두 단체는 민노당의 중요한 지지기반으로 당의 각종 사안에 의사결정권을 갖는 대의원, 중앙위원을 할당받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의 산하단체다. 전교조와 전공노 조합원 293명이 형사처벌받는 것을 좌시할 수만은 없는 형편이다. 경찰 관계자는 “단체 지지자들의 경우 대부분 꾸준히 당비를 내는 진성당원이기 때문에 수천 명의 수익원을 한꺼번에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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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