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청
신축비 1000억 모았지만
경제위기에 깨끗이 포기
전북 전주시청
냉난방-조명기기 보수
에너지효율 전국 최고
경기 파주시청
비새고 타일 떨어진 청사
리모델링해 34년째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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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호화 청사가 논란이 되는 상황에서 수십 년 된 건물을 필요한 부분만 고쳐 쓰고 있는 지자체들이 눈길을 끈다. 위쪽부터 1975년 만들어진 옛 조달청 보급창 건물을 리모델링해 쓰고 있는 서울 강남구청, 간단한 보수공사만으로 단위면적당 에너지 사용률이 가장 낮다는 평가를 받은 전북 전주시청, 신청사 건립이 필요하다는 타당성 검토 결과까지 나왔지만 리모델링을 택한 경기 파주시청. 사진 제공 각 지자체
경기 성남시 등 여러 지자체가 호화 신청사를 짓거나 신축 계획을 추진해 논란이 되는 가운데도 수십 년 된 낡은 청사 건물을 고쳐 써가며 예산을 아끼는 ‘착한’ 지자체가 적지 않다. 비가 새는 건물을 고쳐 쓰고 아낀 돈은 주민이나 직원 복지에 돌리거나 적은 비용으로 단열공사를 해 에너지소비를 크게 줄이는 지자체도 있다.
○ 조금만 손보니 새 건물… 남는 돈으론 복지시설도
1966년 지은 청사를 쓰는 서울 광진구는 2005년까지 천장에서 비가 새고 페인트도 군데군데 떨어져 나갈 정도로 낡은 건물이었다. 2006년 실시한 신청사 건립 타당성 용역에서 “건립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지만 예산 낭비가 심하다고 판단해 1년도 안 돼 계획을 접었다. 이후 광진구는 2009년까지 10억7000만 원을 들여 방수, 도색, 노후배관 교체 등 최소한의 보수공사만 실시하고 계속 건물을 쓰고 있다. 남는 돈은 직원휴게실을 새로 꾸미는 등 직원 복지에 투자했다. 업무 효율이나 직원 만족도는 오히려 높아졌다.
서울 서초구는 지난해 2월 10억 원을 들여 출입구 주변만 요즘 유행하는 디자인인 통유리로 꾸몄다. 박주운 홍보정책과장은 “다른 곳은 그대로 두고 사람이 많이 다니는 로비와 출입구만 바꿨는데도 건물 전체를 새로 바꾼 느낌이 든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고 말했다. 입구를 단장하면서 1층 로비에 수유실, 영유아 쉼터 등 여성편의시설도 함께 늘렸다. 서초구는 “공사에 쓰인 비용은 모두 그동안 받은 평가 포상금으로 충당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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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2년에 지어 무려 88년이 된 서울 종로구청도 최근 약 3억 원 정도만 들여 전기공사만 실시하고 신축 계획 없이 계속 사용할 계획이다. 1979년 지은 건물이 너무 낡아 동대문역사문화공원 등 주변 디자인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은 서울 중구청은 12억 원을 시에서 지원받아 외관 리모델링 공사만 제한적으로 실시해 이 같은 우려를 없앴다.
○ 저탄소 녹색건물도 리모델링으로 OK
민간 자본을 유치해 100층 높이의 청사를 짓겠다고 발표한 경기 안양시는 “친환경 건물을 짓겠다”고 했지만 신축이 아닌 리모델링 공사만으로 ‘친환경 건물’로 거듭난 지자체 사례는 많다. 1979년 지은 청사를 최근 1년 반에 걸쳐 리모델링한 서울 은평구는 행정안전부가 에너지 전문가와 공동으로 실시한 컨설팅에서 “에너지 소비효율이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옥상에는 태양열 발전기를 설치해 청사 조명에 쓴다. 구의회 건물에는 하수를 모아 재활용할 수 있는 시설을 설치해 매년 5300만 원의 수도요금을 절약하고 있다.
서울 양천구 역시 새 청사를 짓지 않고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에너지효율을 높이기 위한 간단한 공사를 실시했다. 각 층에는 온도센서 감지기를 설치해 자동으로 적정 온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했고 화장실 수도꼭지에도 자동으로 물을 잠그는 센서를 달았다. 청사 내 조명은 발광다이오드(LED) 같은 고효율 전구로 교체했다. 이런 조치를 통해 양천구는 올해부터 에너지사용량을 다른 해보다 10%가량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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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