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경영권 3년 보장” 설연휴전 3800억 투입될듯 조업중단 최악사태 면해
대우건설 인수에 따른 자금난으로 사실상 그룹 절반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간 금호아시아나그룹은 8일 오너 일가의 분리경영 조치를 통해 3개 이상의 소그룹으로 쪼개질 공산이 커졌다. 또 오너 일가가 사재 출연에 합의하면서 설 연휴를 앞두고 계열사들의 조업이 중단되는 사태는 피할 수 있게 됐다.
김영기 산업은행 수석부행장은 8일 채권금융기관 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갖고 “오너 일가와 막판 합의를 이뤘다”며 “오너 일가는 보유한 주식 전체의 의결권 및 처분권을 채권단에 위임하고 집을 제외한 모든 부동산을 담보로 내놓기로 했다”고 말했다. 금호 오너 일가의 주식 및 부동산은 모두 합쳐 2500억 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수석부행장은 “아시아나항공, 금호산업 등 다른 계열사의 경영권은 추후 채권단의 결정에 따르기로 했다”며 “이 같은 계열사 분리경영 방안은 채권단과 오너 일가가 맺은 양해각서(MOU)에 따라 실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규 자금 3800억 원 투입…협력업체 줄도산 피할 듯
신규 자금 지원의 전제조건이었던 오너 일가의 사재 출연이 확정되면서 채권단이 약속한 3800억 원의 자금이 설 연휴 전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에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금호 계열사들의 공장가동 중단과 협력업체들의 연쇄도산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피할 수 있게 됐다.
채권단은 데드라인을 넘기며 막판까지 문제가 됐던 대주주 책임 논란이 진정되면서 금호 계열사에 대한 워크아웃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채권단은 2월까지 실사를 마치고 3월 말까지 경영정상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박찬구의 귀환
작년 ‘형제의 난’때 물러나
7개월만에 경영일선 복귀▼
작년 7월 ‘형제의 난’으로 물러났던 박찬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화학부문 회장이 그룹 위기를 ‘기회’ 삼아 7개월 만에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박 전 회장을 몰아냈던 박삼구 명예회장은 금호석유화학을 박 전 회장에게 다시 내주면서 이번엔 다소 밀리는 모습이 됐다.
박 전 회장은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금호석유화학을 통해 복귀할 기회를 기다려 왔다. 그룹에서 해임된 이후 법적 소송을 검토하는 등 계속해서 재기를 시도하다 5일 사재 출연과 함께 경영복귀를 공식 선언했다.
박 전 회장은 경영복귀 카드를 내세워 다른 가족 일부의 지지를 얻는 데도 성공했다. 사재 출연을 거부했던 고(故) 박정구 전 회장의 장남 박철완 그룹 전략경영본부 부장을 설득한 사람도 박 전 회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박 전 회장의 경영 복귀로 형제간 분쟁이 막을 내렸다고 보기는 아직 이르다. 금호그룹 관계자는 “금호산업 워크아웃 성공 여부와 대한통운, 아시아나항공의 향방이 앞으로 주요 이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