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로 먹고사는 日도요타시 ‘리콜 쇼크’ 현장“금융위기 벗어나나 싶더니…”주민들 “피해 얼마나…” 촉각“리콜 대수도 문제지만금 간 신뢰 회복 더 문제”
썰렁한 차량 전시장8일 일본 도요타 시에 위치한 도요타자동차 본사의 차량 전시장에 이날 리콜을 실시하기로 한 ‘사이(SAI·가운데)’ 등 여러 대의 차량이 진열돼 있다. 여느 때와 달리 방문객이 거의 없어 썰렁해 보인다. 도요타=김창원 특파원
도요타자동차 본사가 있는 일본 제1의 기업도시 도요타(豊田) 시의 주민들은 8일 불안과 실망에 휩싸인 듯 보였다. 자신들의 자부심이었던 도요타차가 1000만 대가 넘는 대량 리콜을 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대량 리콜에 따른 경제적 후폭풍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일부 시민은 도요타차가 이번 대량 리콜 사태에서 보여준 대응방식이 ‘전혀 도요타답지 않았다’는 실망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제2의 도요타 쇼크로 이어질까’ 전전긍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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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 시는 관광지도 아니지만 시내 중심가에 객실이 100개 이상 되는 호텔이 20여 곳이나 된다. 도요타차와의 비즈니스 때문에 찾는 손님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인근 비즈니스호텔에 근무하는 가스가이 아스미(春井麻未) 씨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손님이 절반 이상 줄었는데 리콜 사태가 또 다른 타격이 되지나 않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도요타 시는 도요타차가 먹여 살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구 40만 명의 도요타 시는 전체 근로자 10만여 명 중 운송용 기계업체 관련 종사자가 73%에 이른다. 시의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재정력지수(재정수요에서 재정수입이 차지하는 비율)의 최근 3개년 평균은 도요타 시가 1.62(수요보다 수입이 62% 많은 상태)로 압도적인 전국 1위를 유지하고 있다. 1959년 고로모(擧母)라는 이름을 사용했던 이 도시가 1959년 도요타로 이름을 바꾼 것도 이 때문이다.
○썰렁한 도요타 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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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가 자랑으로 내세우는 안전과 품질 신화를 보여주듯 곳곳에 ‘도요타의 아이디어는 좋은 품질을 만든다’ ‘도요타의 인공지능 안전시스템’ 등 간판이 붙어 있었다.
곁에 있던 관람객에게 이번 리콜 사태에 대해 물어보니 “이번 리콜 사태가 도요타차의 신뢰도에 얼마나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느냐”며 오히려 걱정스러운 듯 되물었다.
○주민들, 도요타 대응방식에 실망
도요타차를 이 지역의 자랑이자 긍지로 여겨온 지역주민들은 이번 리콜 사태에 대응하는 도요타의 태도에 실망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천문학적인 리콜 대수도 실망스러운 일이지만 적극적인 사과 등 사후 대처가 “도요타답지 않다”는 지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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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기업에서 제품 문제로 소비자들에게 사과를 할 때 사장이 직접 언론 앞에 나서는 게 관행이지만 이번은 예외였다. 또 신형 프리우스의 브레이크 문제에 대해서도 속 시원하게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애매한 자기변명으로 일관한 점도 아쉬운 대목으로 지적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도요타차에 납품하는 한 중소 하청업체 사장은 “뒤늦게나마 도요타차가 적극적으로 뒷수습에 나서기는 했지만 미국 등 해외 소비자의 반감이 적지 않은 것 같다. 향후 판매 부진으로 이어질 경우 하청업체의 타격도 심각할 것”이라며 우려했다.
도요타=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