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들 방식만 ‘法’이라 생각”협력사 직원들 답답함 호소
HP의 회계연도는 매년 11월에 시작하고, 지멘스는 10월에 시작합니다. 이들의 2009 회계연도에는 금융위기로 최악의 불황을 겪었던 2008년 4분기(10∼12월)가 포함돼 있습니다.
반면 삼성전자의 지난해 실적에는 최악의 시기 대신 사상 최고의 분기 실적을 냈던 2009년 4분기가 들어가 있죠. 만약 기간을 동일하게 놓으면 삼성전자의 매출은 136조 원에서 130조 원으로 줄어 HP에 뒤집니다. 2009년 기말환율 대신 2009년 연평균 환율(1276.4원)로 셈하면 삼성전자의 매출은 지멘스의 매출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광고 로드중
그러나 최근 최대 실적을 거두면서 일부에선 삼성전자가 자만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아닌가 하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의 한 협력업체 관계자는 “삼성전자 사람들은 자신들의 방식이 곧 ‘법’이라고 생각해 답답하다”고 말했습니다. 회사 내부에서는 “지난해 실적이 최대였지만 올해는 더 좋고 내년에는 그보다도 더 좋을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들이 당연하다는 듯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애플과 구글 등 ‘소프트’한 면모를 갖추고 창의력을 앞세운 기업들이 글로벌 정보기술(IT) 생태계를 주도하면 삼성전자 같은 하드웨어 위주의 기업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35년간 TV 1위를 지킨 소니나 필름의 대명사로 군림하던 코닥이 1위 자리를 내주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잘하는 사업에만 집중하다가 세상이 변하는 걸 눈치 채지 못했기 때문이죠.
김선우 산업부 기자 sublim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