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중국에 이어 인도가 은행의 지급준비율을 인상하고, 신흥(이머징)국가를 중심으로 긴축 우려감이 확산되고 있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 국면에서 이머징 국가들의 역할은 과거 어느 때보다 커졌는데 이제 단기적으로나마 글로벌 성장에 미치는 이들의 역할이 줄어들 상황인 것이다.
둘째,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의 부실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다. 그리스는 2009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12%의 재정적자를 기록했고 국가채무도 GDP의 110%까지 올라섰다. 경상수지 적자 문제도 심각하다. 유럽연합(EU)이 지원에 나선다면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는 국가들이 앞 다퉈 손을 내밀어 부담이 커지고 EU에서 탈퇴시키자니 그리스와 일부 국가들의 채무불이행(디폴트)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할 때 일정 기간 글로벌 경제지표의 하향 조정은 불가피해 보인다. 당분간 2000년대 중반 대출과 자산가격 거품(버블)으로 이뤄졌던 경제의 성장 속도를 뛰어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 예를 보더라도 버블 이후 경제가 다시 건전성을 확보할 때까지는 성장의 기대가 종종 꺾였다. 적어도 한 분기 정도는 적극적인 투자보다 조심스럽게 상황을 지켜보는 태도가 필요하다.
하지만 지나치게 비관할 이유는 없다. 이머징 국가의 유동성 흡수는 물가를 안정시켜 성장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그리스 등 부실국가는 과거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통해 위기를 극복할 것이다. 각국의 방만한 재정지출에도 제동이 걸릴 것이다. 과거에도 글로벌 경제는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끊임없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왔다. 장기투자자에게는 오히려 기회를 엿볼 시점이다.
최석원 삼성증권 채권분석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