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 대부’ 강대인 씨 단식기도 89일만에 숨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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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땅 곳곳이 성국(聖國)이다.”(단식 마지막 날), “추워서 벌들조차 오지 않는다.”(66일째), “힘이 없고 입에서 짠물이 나온다.”(61일째) “유기농업만이 살길이다.”(51일째)
‘유기농업의 대부’라고 불려온 강대인 씨(59·사진)가 남긴 10쪽 안팎의 영농일지에 쓴 고뇌의 글들이다. 강 씨는 1월 30일 낮 12시경 전남 고흥군 영남면 팔영산 동남쪽 8분 능선의 암자 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강 씨는 지난해 11월 3일부터 자신이 개발한 효소와 물만 먹으며 89일째 단식기도를 하고 있었다. 부인 전양순 씨(52)와 맏딸 선아 씨(27)가 그를 발견했을 당시 그는 무릎을 꿇고 머리를 땅에 대고 기도하는 자세였다. 경찰은 강 씨가 저체온증으로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선아 씨는 “아버지가 이번 100일 단식이 마지막이 될 것 같다. 절대 오지 말라고 당부했지만 걱정이 돼 세 번째로 찾아갔었다”며 흐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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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국내 최초로 유기재배품질 인증을 획득한 그는 32년 동안 유기농업을 실천하면서 쌀 종자 300∼400종을 관리하며 80여 종을 품종 개량해 ‘쌀 도사’란 명성을 얻었다. 전남 보성군 벌교읍 마동리에 우리원교육관을 세워 생명의 쌀, 백초액, 어성초, 함초액 등의 제조 비법을 농민들에게 전수했다.
빈소가 차려진 보성군 벌교읍 삼성병원 장례식장에는 31일 전국에서 친환경농업인 1000명이 찾아와 그를 추모했다. 강 씨의 가업은 대학 졸업 후 유학을 준비하다 귀농한 선아 씨가 이어간다.
보성=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