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집권 후 1년 전 야당으로 물러난 미국 공화당의 하원의원들이 지난달 29일 당 정책 연수회에 민주당 출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초청해 90분간 토론을 벌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공화당이 가했던 정책 비판을 반박하고 서운했던 감정도 털어놨다. 하지만 공화당 의원들은 예의를 잃지 않았다.
공화당이 오바마 대통령을 초청한 것은 ‘반대만 하는 정당’이 아니라, 열린 자세로 토론할 수 있는 정책정당임을 보여주려 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야당의 초청을 수락한 것은 국민에게 정부 정책을 설명하고 야당의 비판을 반박할 기회를 잡기 위해서였을지 모른다. 정치적 의도야 어떻든 사력을 다해 싸우는 정책을 놓고 자리를 함께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여유와 자세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 정치에선 대통령과 야당, 여당과 야당 사이가 너무나 경색돼 있다. 서로 말로는 소통 운운하지만 어느 쪽도 진정한 소통을 위해 마음을 여는 것 같지 않다. 싸움 걸듯이 ‘끝장토론 해보자’는 식으로 나오는 것은 국민을 향한 선전공세일 뿐, 진정으로 대화하려는 자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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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치의 문제가 모두 야당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한국의 야당들은 현직 대통령을 초청해 대화를 나누는 미국 공화당에서 배울 필요가 있다. 당장 세종시 수정안을 놓고서도 미국 공화당 같은 시도를 해볼 수 있을 것이다. 한나라당은 국운이 걸린 국책사업을 놓고 당내 소통이 막혀 있으니 자책(自責)할 점이 더 많다.
국민의 최대 관심사는 일자리 만들기와 경제 살리기다. 오늘 시작하는 2월 임시국회에서는 이를 위해 달라진 모습을 여야 모두 보여야 한다.